사진=부평구청,사랑의손길 손 편지
사진=부평구청,사랑의손길 손 편지
[데일리그리드=민영원] “제가 5년 동안 모은 저금통이예요. 요즘 마스크 때문에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힘든 이웃들을 위해 이 돈을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빛바랜 빨간 돼지저금통과 한 장의 편지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지쳐가는 부평지역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5일 부평구(구청장 차준택)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2시께 갈산2동 행정복지센터에 50대로 보이는 주민이 찾아와 돼지저금통과 편지 한 통을 두고 갔다.

짙은 색 상하의에 흰색 마스크를 쓴 남성은 두 손에 빨간색 돼지저금통을 들고 큰 걸음으로 동 행정복지센터에 들어왔다.
 
민원업무 책상에 저금통을 내려놓은 남성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말을 건네며 조심스럽게 외투 안쪽에서 편지봉투 한 통을 꺼내 저금통 옆에 올려놨다.

그리고는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 행정복지센터를 떠났다.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 본 직원에게 익명으로 해 달라는 몸짓이었다.

그가 두고 간 편지에는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언론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아파옵니다”며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매일 주민들을 상대하는 주민센터 분들에게 글로나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 “마스크를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제 개인이 구매해서 도와드리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파옵니다”며 “저금통을 다문화 가정 아이들 및 장애우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고 주민센터 직원분께 어려운 부탁을 합니다”고 덧붙였다.

주민이 수년 동안 모은 빛바랜 돼지저금통에는 10원과 50원, 100원, 500원 등 동전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모두 33만9천410원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지역사회의 손길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대한숙박업중앙회 인천북부지부는 지난 4일 부평구에 샌드위치 65인분을 전달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생하는 보건소 직원들에게 전해 주기 위해서다.

대한숙박업중앙회 인천북부지부 관계자는 “밤낮 없이 고생하는 보건소 직원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 간식을 준비했다”며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산곡동에 위치한 산곡식자재마트도 구에 손소독제 500개를 전달했으며, 창이엔지건축사사무소도 KF94 마스크 1천매를 기탁했다.

창이엔지건축사 사무소는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사용되기를 희망한다며 마스크를 전달했다. 구는 창이엔지건축사 사무소의 마음만 받고 마스크는 지역의 사회복지시설과 어려운 주민들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소 지쳐있는 시기였는데, 빨간 돼지저금통과 한 통의 편지로 힘이 났다”며 “지역의 따뜻한 마음이 모이면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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