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개인비리로 자격박탈 당하고도 매월 수십억원 체육기금 받아가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의 사업권을 둘러싼 법정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당초 우선협상자였던 웹케시컨소시엄의 사업인수로 일단락 될 것 같던 분위기는 위탁운영비 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차순위자인 해피컨소시엄과의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법원이 해피컨소시엄의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이자 조달청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기각하자 다시 항고를 제기하면서 이제 공단과 조달청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이 와중에 해피컨소시엄은 입찰제안요청서 사전입수 의혹으로 또다른 입찰부정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양 측이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팽팽한 소송전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달청의 입장대로 본안소송까지 끌고 간다면 한 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법정분쟁이 최대 2~3년 이상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싸움이 길어지면서 단초를 제공했던 오리온의 담철곤 회장이 의외의 수혜를 입고 있다. 매월 100억원에 이르는 사업자 수수료가 오리온으로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수료의 절반가까이는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들어가야 할 돈이다. 담철곤 회장의 개인 비리로 오리온이 자격을 상실하면서 시작된 법정싸움인데 오히려 담 회장에게 꿀맛 같은 어부지리가 몇 년째 돌아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스포츠토토를 둘러싼 의혹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기금조성을 위해 시작된 스포츠토토사업은 2003년 오리온이 사업에 뛰어들자마자 각종 의혹과 시비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당초 스포츠토토의 판매부진을 이유로 사업 폐지를 밝혔던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불과 4일 만에 오리온과 사업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영역 확대와 추첨다변화 등 각종 지원책까지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의 적극적인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행성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사업을 안전장치 없이 떠안았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혹은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논의됐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오리온의 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해 “오리온과 공단 간의 밀착 및 사전 담합이 있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며 로비 및 유착설을 강하게 추궁했다.

결국 300억원이라는 헐값에 스포츠토토를 인수한 오리온은 이후 토토사업보다는 비자금 조성과 공금유용 등의 의혹으로 언론의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오리온은 2004년 드림네스트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오리온의 전 전략담당 사장인 조경민 전 사장의 형이 출자한 것으로 알려진 드림네스트는, 설립되자 마자 건물매매로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2004년 스포츠토토의 전 사업자였던 한국타이거풀스가 소유한 빌딩을 경매로 헐값에 낙찰 받은 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오리온의 자회사인 오리온프리토레이(현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에 큰 차액을 남기고 매각한 것이다. 이 매각대금이 담철곤 회장 부부의 개인 비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홍지만 의원은 국감에서 “자본금 5억원의 오리온 위장계열사로 추정되는 드림네스트가 타이거풀스 소유의 미진프라자 7개 층을 헐값에 낙찰(70~80억원)받고, 오리온프리토레이에 매각(161억원)해 수십억원의 매각차익을 거뒀다. 이는 비정상적인 거래로 오리온 자금이 유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림네스트는 또 스포츠토토 지분을 팔아 담 회장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의하면 2003년 오리온이 스포츠토토를 인수한 후 2004년부터 드림네스트가 스포츠토토의 주요주주(4.94%(80만주))로 등재된다. 드림네스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총 45만주를 처분했는데 매각대금의 행방이 묘연하다. 이후 드림네스트는 담철곤 회장이 구속된 2011년에 5만주, 스포츠토토 사업의 자격을 상실한 2013년에 다시 10만주를 처분해 현재 1%대까지 보유비율이 줄어 있다.

◇ 잇따라 터지는 개인비리

 
2007년 이후에는 개인비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조경민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 재경팀 김 모 부장과 공모해 스포츠토토 등 5~6개 계열사 임직원들의 급여·상여금 등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빼돌려 50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하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또 조 전 사장의 친형이 운영하는 업체 여직원의 급여 1억7000만원을 스포츠토토 온라인에서 지급토록 하고, 형이 운영하는 업체들에 약 15억원을 허위발주하고 납품가를 과다계상했다는 혐의 등으로 2012년에 구속돼 1,2심 판결에서 실형을 받았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함께 구속된 부장 김 모씨는 검찰진술에서 “비자금 중 40억원이 담철곤 회장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의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됐다”는 진술을 했다. 담 회장과 이 사장이 고급 와인과 롤렉스, 카르티에 같은 명품 시계를 구입하는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 담철곤 회장은 검찰조사를 받지 않았다. 이미 2011년에 위장계열사를 통해 300억원 대의 회사자금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눈물로 선처를 호소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담철곤회장의 배당금 마련에 스포츠토토의 건물매입자금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담 회장의 개인회사격인 포장재회사 아이팩은 2011년 담 회장에게 액면기준 배당률 2000%가 넘는 200억5600만원을 배당했는데, 이 돈이 아이팩이 2010년 서울 논현동 10층 건물을 스포츠토토에 팔아서 만든 자금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당시 논현동 건물은 장부가액이 225억원이었다. 그런데 실제 매매는 700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포츠토토가 이른바 ‘가격 부풀리기’를 통해 아이팩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고, 그 자금이 담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2009년 아이팩의 감사보고서에 논현동의 토지 및 건물이 보유자산으로 등재돼 있다가 2010년에 빠졌고, 2010년 스포츠토토의 보유토지는 기초 50억원 규모에서 기말에 수백억원 대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오리온그룹 측은 수년간 쌓인 이익 잉여금을 토대로 배당했다고 하지만, 2010년 담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자마자 2000%대 초고액배당을 지급한 것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고배당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끊임없이 의혹과 비리가 터져 나오던 오리온의 스포츠토토사업은 결국 담철곤 회장의 개인 비리로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 동안 오리온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50억원씩, 2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챙겼고, 위탁사업 수수료도 꼬박꼬박 챙겨 매년 1000억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받아 갔다. 비자금이나 횡령 등의 비리를 제외한 공식적인 수입원이 이렇다. 초코파이 못지 않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스포츠토토를 놓지 않기 위해 오리온은 올해 초까지도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 회장의 자격상실 사유 앞에 오리온은 어쩔 수 없이 스포츠토토를 떠나보냈다.

그런데 새로운 사업자가 금방 선정될 것 같던 토토사업은 날선 법정공방이 이어지면서 의외의 국면을 맞이했다. 두 우선협상대상자들의 싸움 탓에 사업자격을 박탈당한 오리온에게 위탁사업수수료가 꼬박꼬박 안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리온은 3.5%의 기존 위탁 수수료율이 적용돼 매달 36억원 이상의 체육기금까지 지출되고 있다. 새 사업자에게는 2.074% 이하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는데,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수십억원의 국민혈세가 계속 새고 있는 것이다. 

◇ 치킨게임과 새나가는 혈세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 “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매달 36억 원이 손실되고 있다. 가처분 소송부터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1~2년이 더 걸린다고 볼 때 1300억 원에 이르는 국민체육진흥기금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강하게 질타 한 바 있다.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가처분 소송 항고심의 1차 심리가 열렸다. 케이토토컨소시엄과 해피스포츠컨소시엄 양측은 날선 공방으로 일관했다. 양측은 변론은 20분 만에 마무리됐고, 2차 심리는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이러는 사이 국민을 위한 기금은 또 한 번 줄어들었다. 웹케시나 해피컨소시엄, 그리고 조달청과 공단, 새 나가는 기금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치킨게임의 끝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우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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