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을 겪어야 지혜가 생긴다

  노승석 이순신 전문연구가(증보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지혜로운 사람은 고생하는 것을 오히려 성공의 계기로 생각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고생이란 한편 인내심을 길러주는 장점도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전략가 사마양저(司馬穰苴)는 “궁하지 않으면 능하지 못하니, 불행을 슬퍼하고 병을 슬퍼해봐야 의리를 밝힐 수 있다[不窮不能, 而哀憐傷病, 是以明其義也].”고 하였다(『사마법』「인본」). 고난과 역경을 겪어봐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의리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순신은 평소 강직한 성격 때문에 자주 모함과 시기를 받아 고난과 위기를 많이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고난과 시련을 많이 경험한 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지혜가 돼주었다. 그 결과, 전쟁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명장이 될 수 있었다. 고난과 역경이 그 삶의 스승이 된 것이다.

  이순신은 28세 때 훈련원 별과 시험에 응시하여 말을 달리다가 떨어져 왼쪽 다리가 골절되었다. 모두 죽은 것으로 알았지만, 이순신은 심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일어나 버드나무 가지로 다리를 싸매고 걸어나왔다. 과거장의 모든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장하게 여겼다. 그 후 4년 뒤 식년(式年) 무과(武科)시험에 응시하여 병과(丙科)에 급제하였다. 10년간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면서 포기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이다.

   1580년 전라좌수영의 발포만호 재직 시(36세) 좌수사 이용은 이순신이 고분고분 하지 않음을 미워하여 핑계를 대며 죄를 주려고 하였다. 이에 이용이 소속 5포(浦, 방답·사도·발포·녹도·여도)를 불시에 점검하였다. 4포에는 병사의 명부만 있고 실제 군사가 없었으며, 발포에는 3명이 누락된 것을 이유로, 이순신에게 죄를 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순신은 증거자료를 제시하여 결국 무고하려는 계획이 무산되었다.

  이용은 또한 전라 감사와 함께 근무성적을 평가하는데 이순신을 가장 낮은 성적에 두려고 하였다. 이 때 중봉(重峰) 조헌(趙憲)이 “이순신이 군대를 다스린 것이 한 도(道)에서 제일인데, 비록 여러 진(鎭)을 모두 최하에 둘지라도 이순신만은 깎아내리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항의하여 마침내 그쳤다. 1583년 가을에 좌수사 이용이 남병사(南兵使)가 되었는데, 3년 전 이순신을 모함하려고 했던 일을 뉘우치고 임금에게 아뢰어 이순신을 군관으로 임명시켰다. 이후 이용과는 남들보다 더 친한 관계가 되어 크고 작은 군사의 업무를 반드시 상의하였다.

  임진년(1592) 4월 14일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부대가 부산포를 침입하여 경상우도 진영을 함락시켰다. 당황한 원균(元均)은 전선 73척을 모두 잃고 이순신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이때 이순신은 왜선 26척을 분멸함으로써 첫 승리를 거두었다(옥포해전). 원균부대를 지원하여 불리해진 형세를 만회하기까지 이순신은 결사적으로 싸웠다. 이러한 정신력은 7년간의 전쟁 동안 계속 유지되었다.

  이순신은 작전수행이 쉽지 않은 한 겨울이 오히려 왜적을 소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항상 국난극복을 간절히 염원하며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은 것이다. 왜적이 삼경(三京, 한양, 개성, 평양)을 함락하여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국가는 폐허가 된 상황이었다. 명나라 장수 이여송은 벽제관 전투에서 패배하고 내륙에서 화의(和議)에 나설 뿐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았다. 그러나 이순신은 해상에서 왜적에 대한 토벌작전에 주력하여 웅포(熊浦)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전쟁 중에 왜적은 항상 저돌적으로 공격해오고, 수군은 전염병으로 사망하는 이가 속출한데다 명나라 장수들은 철수하여 수비할 방도가 없었다. 『을미일기』 7월 1일자에, “나라의 정세는 위태롭기가 아침 이슬과 같다. 종묘사직이 마침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마음이 어지러워서 하루 내내 뒤척거렸다.”고 하였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민과 번민으로 점철된 그의 정신력은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어떠한 위기도 감내할 수 있는 막강한 힘으로 무장한 것이다. 결국은 그것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용기와 지혜로 승리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제갈량은 “전화위복하여 위기에서 승리하게 한다면 그가 바로 지장(智將)이다”고 하였다.(『장원』「장재」). 전쟁에서 불패의 신화를 만든 이순신이야말로 진정으로 지혜로운 장수인 것이다.

 

                                                          이순신의 리더십(여해, 노승석)

                                                          증보교감완역 난중일기(여해, 노승석) 참고인용.

노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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