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베팅·최고 교배료·연간 최다 기수 등

한국마사회는 3일 한국경마 100년을 주제로 그간 인류 역사상 경마사업에서 세워진 최초·최고 기록들을 전했다.

스포츠토토의 원조, 경마

 

1
사진=1921년 국내 최초 경마시행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마사회 제공)

경마는 무엇보다 오늘날 스포츠토토의 원조가 되는 스포츠다. 축구, 야구, 농구 등 지금은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경기에 팬들이 베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지만 스포츠에서 가장 먼저 베팅을 시작한 분야는 경마다. 

기원전 4000년경 헤타이트왕국에서 경마에 청동 동전을 걸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실 경마는 누구의 말이 더 빠른 가를 가리는 순수 스포츠에서 비롯됐다. 중세 유럽에서는 말의 주인(마주)이 자신(가문)을 상징하는 옷(마주복색)을 입고 말에 직접 올라타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경마경기가 시행되었는데, 이 경기가 인기를 끌다 보니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이 등장하고, 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돈을 걸게 된 것이 오늘날 경마의 원형이다. 

실제 오늘날과 같이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서로 나누어 갖는 페리뮤추얼 방식은 19세기에 들어서야 유럽 경마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제 강점기에 순수스포츠가 아닌 베팅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경마가 도입되어 스포츠라는 인식이 반감된 측면도 있지만 시작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다.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되어 공식적으로 경마를 시행하기 이전부터 경마에 대한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1등말에 투표한 사람에게 주어진 상금은 2원 50전으로 당시 1원이 오늘날 약 15~18만원의 가치에 해당하므로 약 40만원에 해당한다. 

억 소리나는 몸값 흔한 경마 스타들
경마계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최초,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경마는 경주마의 생산과 육성, 경주마의 능력 검증을 통한 종마자원 선발, 더욱 우수한 자마 생산이라는 선순환체계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복합산업이다. 그렇기에 경주마, 씨수마, 마주와 기수 등 그야말로 억(億) 소리 나는 몸값 경쟁이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아는 손흥민이나 류현진 등 일반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의 계약금이나 이적료는 그들의 실력이나 명성의 척도로 기능한다. 경주마의 몸값도 비슷하다. 단 선수들은 전성기 때의 계약금이 가장 높지만 실력 있는 경주마들은 은퇴 후의 몸값이 더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말의 경우, 씨수말 활동을 통해 교배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뛰어난 DNA를 가진 수백, 수천의 자마를 생산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린다. 

중소기업 매출 능가하는 명마의 교배료 수익

 

사진=1회 교배료 1200만원 엑톤파크
사진=1회 교배료 1200만원 엑톤파크

그렇다면 종마 중 가장 비싼 교배료는 얼마쯤일까. 캐나다에서 태어난 전설적 명마 ’노던댄서(Northern Dancer·1961~1990)‘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씨수말로서 1971년부터 1983년까지 총 5차례나 리딩 사이어를 차지하며 경마계의 명문가를 구축했다. 

’노던댄서‘의 암말 1두당 교배료는 1만 달러로 시작, 전성기 때는 100만 달러(한화 액 12억원)까지 치솟았다. 1년에 100회의 교배를 할 경우 연간 1200억원의 교배료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현존 최고의 씨수말이라 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갈릴레오‘는 교배료가 60만 유로(약 8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경마계에서는 ’갈릴레오‘의 몸값을 24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2018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적료(약 1300억원)는 물론, 세계 축구계의 떠오르는 별 킬리앙 음바페의 몸값(약 1900억원)을 능가할 정도다. 

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의 씨수말 중 하나인 이시돌 목장의 ‘엑톤파크’가 1회당 약 1200만원의 교배료를 받고 있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국내 경주마의 수준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내 경주마 중에서도 ‘경부대로’를 비롯하여 활발히 씨수말 활동을 하는 말들이 출현하고 있으며, 트리플나인, 돌콩, 문학치프 등 혈통과 능력을 볼 때 은퇴 후 씨수말로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현역 경주마들도 다수 있어 국내 경주마들의 몸값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수한 씨수마의 혈통을 타고난 경주마에 투자하여 국내 최고 상금을 벌어들인 주인공은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과 함께 출발한 이종훈 마주다. 그가 지금까지 수득한 상금만해도 110억5천만원이 넘는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시장을 지나다 비루먹은 말 중에 천리마를 찾아냈다는 현대판 백락이라 불릴만하다. 이종훈 마주는 백광열 조교사와 짝을 이뤄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1-2세마들 중에서도 뛰어난 명마를 쏙쏙 골라내는 선구안을 보여줬다. 또한 수득 상금 이상으로 더 좋은 경주마를 발굴하여 명마를 배출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기수들의 상금경쟁, 다승경쟁

기획1 2016년 박태종 기수의 2000승 달성을 축하하며 관람대 외벽에 게시된 대형 광고
사진=2016년 박태종 기수의 2000승 달성을 축하하며 관람대 외벽에 게시된 대형 광고

비싼 경주마를 모는 기수들의 몸값도 경주상금이 말해준다. 서울과 부산경남 경마장에는 각 50, 30여 명의 기수들이 활동 중인데 기본적으로 경기에 출전해서 받는 수당 외에 매 경기마다의 순위상금, 월별로 2~3회씩 벌어지는 대상경주 상금까지 더하면 상위 10%의 소득은 연간 약 2억 5천만원, 하위 10%도 7천4백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최우수기수로 선정된 문세영의 상금은 연 5억원을 넘는다. 

기수는 상금경쟁 외에 다승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경마장에서 1987년 데뷔해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태종 기수가 통산 2,111승으로 최다승을 갱신 중이다. 통산승수 2위인 문세영 기수가 1,588승인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연간 최다승은 역시 같은 경마장의 문세영 기수가 세운 2014년도에 수립한 162승으로 이 역시 당분간은 깨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누가 누가 빠른가

육상선수들처럼 경주마도 경주거리별 강자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1000~2300m 거리별 최고속도 보유마가 모두 다른 이유다. 기록은 미세하지만 조금씩 단축되고 있는데 국내에서 좀처럼 깨지지 않는 기록이 눈에 띈다. 


먼저 1000m 단거리 경주에서 2007년 ‘클레버스타’라는 2세마가 세운 58.3초의 기록이다. 보통 거리별 최고 기록은 2~3년 안에 신예 경주마들에 의해 깨지곤 하는데 11년 후인 2018년에 역시 2세 수말 ‘싱싱메리’ 역시 58.3초로 타이기록을 수립하는데 그쳤다. 장거리 경주에 해당하는 2000m는 2009년 4세 수말인 ‘동반의강자’가 세운 2분 04초 9의 기록이 10년 넘은 현재까지 여전히 마의 벽으로 남아 있다. 

기록 갱신은 관전 포인트의 하나

사진=2011년 10월 16일 국내 최고 기록인 17연승에 성공한 미스터파크
사진=2011년 10월 16일 국내 최고 기록인 17연승에 성공한 미스터파크

또한 경주마들에게는 최다승, 연승 기록과 그레이드 경주의 연패 등이 중요한 커리어가 된다. 국내 공식 기록으로 최다승은 1995년부터 2003년 43승을 기록한 경주마 ‘신세대’가 있고, 최다연승인 17승은 2012년 부경의 ‘미스터파크’가 세웠다. 해외의 경우 1955년 푸에르토리코의 경주마 ‘카마레로’가 세운 56연승이 최고 기록인데 오늘날과 같이 경주마 복지 차원에서 출전횟수가 제한되는 시스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승수다.  

이 모든 최고 기록은 경기를 관전하는 경마팬들에게 즐거운 구경거리가 된다. 모든 기록은 깨지라고 존재하는 법이기에. 아직은 경마가 재개되기 전이라, 기수와 각 마방에서는 경주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휴장 기간 동안 흘린 땀방울 만큼 올해도 경마장에는 분명 새로운 기록들이 쏟아질 것이다. 2020년에는 과연 어떤 경주마와 기수들이 한국경마 100년사의 새로운 한 획을 그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정환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