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박삼구 회장 (뉴스1 제공)
사진 = 박삼구 회장 (뉴스1 제공)

[데일리그리드=김호성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부실 책임으로 물러나고도 65억 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겨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등 주요 기업이 최근 3년간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 700억 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0일 사업보고서를 통해 박 전 회장에게 급여 1억6,800만원, 기타근로소득 11억9,200만원, 퇴직소득 20억7,900만 원 등 총 34억3,9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의 퇴직금은 퇴임당시 월 평균보수 6,500만원에 근무기간(8.4년) 및 직급별 지급배수를 곱해 지급됐다. 기타근로소득은 퇴직소득금액 한도초과액이 별도로 지급된 것이다.

또한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아시아나IDT에서도 퇴직금 10억7,800만원과 기타근로소득 7억5,300만 원 등 총 21억2,9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박 전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에서도 급여 6억6,300만원, 상여 2억5,300만 원 등 총 9억1,600만원을 받았다.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도 고문역으로 보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IDT, 금호산업에서 받은 금액을 모두 합치면 총 64억8,400만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3월 3달치의 급여를 받았다. 아시아나IDT의 경우도 1~3월 급여만 받았다. 나머지는 법정 퇴직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8.4년 재직한 부분이 있어 퇴직금이 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경영부실의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가 재무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라임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들어났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개발, 금호속리산고속 등은 총 700억 원가량을 라임 관련 펀드에 투자했다. 투자 시기는 2017~2019년이다.

금호아시아나가 재무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투자처는 메자닌 투자 펀드인 ‘라임새턴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새턴 펀드)’ 시리즈 1호 및 4호였다.

전문가들은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이 투자금액 중 절반 이상을 손실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수익증권 부문에서 146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공시했다. 2018년 라임자산운용이 새턴 시리즈 펀드에 200억 원을 처음 투자했고, 작년 6월 비슷한 금액을 추가로 넣었다.

석 달 후 라임펀드는 환매를 중단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378억 원의 영업적자에 라임 투자 손실까지 반영돼 당기순손실이 729억 원으로 불어났다. 에어부산 외에 아시아나IDT와 아시아나에어포트가 2017년부터 새턴 펀드 4호에 각각 119억 원, 79억 원을 투자했다.

2018년에는 에어부산을 비롯해 아시아나개발(130억 원), 에어서울(100억 원), 금호속리산고속(30억 원)이 1호 펀드 투자에 뛰어들었다. 아시아나에어포트도 그해 1호 펀드에 40억 원을 더 넣었다.

에어부산 외 나머지 금호 계열사들은 라임 사태가 불거지기 전 환매해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작년 5월께 해당 펀드가 만료돼 대부분 회사는 수익을 내고 환매했다”며 “에어부산만 6월에 재투자하는 바람에 손실을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를 내놓은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가 각각 70%대 손실을 계상했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도 절반 이상 손실 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가 라임에 투자한 것은 ‘보은’ 성격이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라임은 2016년 금호홀딩스가 아시아나항공 등을 거느린 금호고속을 되사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줬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어려워졌을 때 600억 원어치 영구채를 인수하기도 했다.

라임투자와 관련해 금호산업 관계자는 “라임에 투자를 했던 것은 당시 라임은 국내 최고의 그리고 굴지의 헤지펀드였다. 이미 기존 투자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사의 계열사들은 투자 수익을 시장 수익률 이상으로 얻었다. 다만 에어부산이 추가로 투자한 부분에 있어서는 수익을 내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를 금호산업에서 사기로 한 HDC현대산업개발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최악의 상황에 처한 가운데 예상치 못하게 라임 투자로 인한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바람에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그룹 경영에 시련을 겪었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 배임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성공하고 박찬구 회장도 소송을 취하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완전한 재건을 향해 나아가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 관문인 금호타이어 인수에서 자금력 부족으로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박삼구 회장은 2018년에는 기내식 대란과 성추행 의혹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재계와 정치권을 아우르는 마당발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묘수를 찾는 등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박삼구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금호산업 관계자는 “지난번 박삼구 전 회장께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때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를 했다. 한정의견 사태 때도 사과를 드렸다”면서 “앞으로 더 이상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 드리거나 실망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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