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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잘 하는 경주마가 경주로에서도 더 빠를까?
수영 잘 하는 경주마가 경주로에서도 더 빠를까?
  • 이준호 기자
  • 승인 2020.04.16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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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과천경마공원 경주마 수영장에서 말들이 수영훈련 중인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 과천경마공원 경주마 수영장에서 말들이 수영훈련 중인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데일리그리드=이준호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한국마사회 과천경마공원에 경주마 수영장이 개장했다. 개장 첫날부터 경주마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줄줄이 수면을 가리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경주마들을 위한 전용 수영장이 국내에 3개소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말 수영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말 훈련법이며 현재는 경마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할 정도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고대 로마시대 군마 수영훈련으로 지구력 길러

평균 체중 약500kg에서 많게는 1톤에 달하는 말은 태생적으로 수영을 한다. 야생에서는 생존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겠지만 사람에게 길들어진 말은 고대부터 훈련을 위해 수영을 해왔다. 로마시대, 나폴레옹, 아메리카인디언 등이 전쟁을 대비해 말의 지구력 향상을 목적으로 수영훈련과 수영경주를 실시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는 경주마 훈련에도 적용됐다. 193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해안수영을 실시한 경주마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많은 국가에서 말 전용 수영장을 도입, 경주마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도 86년도부터 말 수영장을 개소하며 말 수영을 채택했고 현재는 서울과 부산에 총 3개소가 운영 중이며 제주에서는 해안에서 개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심폐능력·근육발달·재활까지 경주마 수영의 효과

훈련이 한창인 말 수영장은 거친 숨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경주마들의 흉곽이 수압에 의해 압박되어 평소보다 더 강하게 호흡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경주능력과 직접 연관된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주변 근육을 발달시킴으로서 육상 활동 시 지구력 향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말수영의 더 큰 목적은 재활기능이다. 관절염이나 인대부상 등 경주중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동기질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이 부담스러운 말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충격의 부담이 적은 수영을 통해 환부 주변조직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향상시키며 냉찜질 효과 또한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재활효과를 통해 부상마의 컨디션 조절을 실시, 경주에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미성숙 마필의 발육을 촉진시켜주기도 하며 체중관리가 중요한 경주마의 비만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말 수영의 단계는 구체적으로 적응운동, 유산소운동, 무산소운동 순으로 진행된다. 처음 수영을 접하는 말은 적응을 위해 1분정도만 수영을 실시한다. 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점차 시간을 늘려 느린 속도로 20분까지 확대한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약 400m의 거리를 6∼7분 가량 사람의 보통걸음 속도로 진행한다. 가장 많은 체력을 요하는 무산소운동의 경우 200m를 빠른걸음 속도로로 3~4분 진행하는데 이때 경주마는 지상에서 전력질주 하는 것과 비슷한 훈련강도를 느끼게 된다. 이처럼 말 수영은 운동기 질환에 대한 걱정 없이 경주로에서와 유사한 훈련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영훈련이 경주성적에 미치는 효과는?

서울경마공원 경주마 중 가장 뛰어난 그룹인 1등급 경주마 87마리 중 약 절반이 수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영훈련 여부는 경주성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수영을 하지 않은 경주마의 승률이 일부 높기도 하다. 하지만 이중 7세 이상의 고령 경주마인 경우 수영훈련을 거친 말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4% 높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수영훈련이 관절과 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경주마의 컨디션 조절은 물론 선수로서의 수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두바이 월드컵 결승에 출전했던 돌콩을 비롯해 뉴시타델, 상감마마 등 간판스타 경주마들도 부상 방지 및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 수영훈련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8 브리더스컵 우승마인 부산경남 경마장의 킹삭스는 다리부상으로 인한 오랜 공백을 딛고 1년 4개월만에 경주로로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현재 수영훈련에 집중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가 말하는 수영훈련의 장단점

서울 경마공원에서 수영훈련으로 손꼽히는 유명한 마방이 있다. 통산 전적 759승에 빛나는 베테랑 김대근 조교사의 마방이다. 김 조교사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경주마들은 매주 지상훈련과 수영훈련을 병행한다. 김 조교사는 “경주마들의 수영 미시행기간과 시행기간의 주행컨디션을 비교해보면 세밀한 부분에서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며 “운동기질환이 없더라도 수영을 통해 전력질주 버금가는 심폐기능 강화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적극 시행한다. 하지만 어린말은 수영으로 인한 체력소모가 심해 수영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해서 시행한다”며 훈련 노하우를 밝혔다.

반면 조교사 통산전적 승률3위 성적을 기록 중인 송문길 조교사는 수영보다는 지상훈련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송 조교사는 “수영에 익숙한 말들에겐 확실히 수영은 효과적이지만 많은 경우 익숙하지 않아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봤다”며 “이럴 경우는 수영훈련보단 워킹머신, 끌기운동, 외승훈련 등 말의 특성에 맞는 훈련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말의 성향에 따른 맞춤 트레이닝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국마사회 진료담당의 장기영 수의사에 따르면 “말 수영 훈련은 말의 관절에 부하를 주지 않고 심폐 기능을 향상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요통, 급성 관절 질환, 심장 질환 등을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영 훈련 전 주의가 필요하다”며 “지면을 박차고 달려야 하는 경주마의 근력 향상을 위해선 지면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수영은 보조적 훈련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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