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름 닷 디렉터
최아름 닷 디렉터

[데일리그리드=김수빈 기자] 우리는 모두 다르다. 이 거침없는 다양성이 디자인 앞에서만큼은 평등해질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가치를 유니버설 디자인이라 부른다. 미국의 건축가이자 지체장애인이었던 로널드메이스(Ronald Mace)가 처음 알린 이 개념은 장애인, 노인, 어린이, 임산부,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구성원 모두를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뜻으로 제품, 환경, 서비스 등 다방면에 적용할 수 있다. 

1974년 이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생경한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시 단위 조례를 통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으며, 몇몇 지자체는 자체 예산을 들여 공공건물을 바꾸고 시범 거리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이 우리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준다는 것일까. 이 관계를 좀 더 밀도 있게 연결하기 위해 아래 두 통계를 가져왔다. 

첫 번째 통계는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나오는 장애인의 문화 예술 향유 횟수이다. 1년 동안 미술관, 박물관, 뮤지컬, 발레, 콘서트 등의 문화예술 생활에 한 번도 참여한 적 없다는 장애인은 97%가 넘었다. 그나마 영화관을 방문한 사람들도23%있었지만, 영화관람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참여도는 매우 낮았다. 그 주된 이유로는 문화예술 환경의 접근성이 미흡하고, 한 번의 방문을 하기 위해 많은 경제적 그리고 물리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 통계는 후천적 장애 출현율이다. 한국의 장애 인구는 약 267만 명이다. 대한민국 인구 1만 명 중 539명이 장애인이다. 그런데 그중 88.1%는 어느 날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어 장애를 갖게 된 후천성 장애인이다. 우리가 만약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 어려움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연주회/ 영화관의 수는 과연 몇 개나 될까. 1년간 한 번도 문화 예술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97%라는 비율은 미래에 내가 마주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중 하나이다. 비록 지금 나에게 장애가 없을지라도, 시간이라는 상수 앞에서 우리 모두는 다를 것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니버설 디자인이 추구하는 평등의 가치는 우리를 겸허하게 만들어 준다. 앞선 통계를 살펴보고 나니 향후 공공시설 디자인은 우리 모두에게 적합한 제품, 환경, 서비스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적 장애물 없이 공공 편의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 디자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촉각, 청각,수화, 자막 등의 접근성 방법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날,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해 우리가 모두 응당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최아름 필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햅틱 기술을 보유한 주식회사 닷(Dot, 대표 : 김주윤, 성기광)의 소셜 임팩트 디렉터를 맡고 있다. 닷은 2015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손톱 크기의 작은 엑츄에이터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점자와 그래픽(그림, 지도)으로 출력하는 기술을 개발, 관련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워치를 출시했으며, 현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무인화단말기(kiosk)를 런칭해 일부 공공시설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닷은 SDG 목표 10번 국내 및 국가 간 불평등 감소(Reduced Inequailities)를 위해서 UN 및 관련 글로벌 커뮤니티에 그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향후 AI와 결합한 보조공학기술 개발을 통해 장애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한 환경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김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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