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산업부문 중국기업에 선두 자리 내줬다

우리나라의 경기침체는 사회적 문제를 넘어 국가 위기로까지 점철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기업들의 침투가 놀라우면서도 예상했던 일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면서 그야말로 한국경제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이 중국에 의해 추격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역전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어 올해 한국경제가 풀어야할 숙제는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일본을 추격하기 위해 기업 경쟁력,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하지만 이제는 버거운 일본 보다 중국을 먼저 넘어서야 하는 실정까지 다다른 것으로 조사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이 중국에 의해 추격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역전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8대 산업 중 6개 부문 추월당해
우리나라는 수출을 주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IT산업이 급성장했고, 이후에는 자동차산업이 부흥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는 주력 동력산업으로 내세울 수 있는 산업부문이 없을 정도로 내수와 수출 모두 힘겹게 이어가는 실정이다.
한국경제가 이처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 주변국들의 성장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경제 산업의 주력 산업분야들을 삼키고 있어 앞으로의 한국경제를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을 8개 산업으로 구성해 세계시장 점유율 중심으로 중국과 비교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을 비롯해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6대 산업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에게 선두 자리를 내줘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주력산업들이 줄줄이 녹다운 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2분기 판매량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중국에 1.2%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를 비롯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기업 9곳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와 우리나라 삼성과 LG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를 비교한 결과 중국이 31.3%를 기록했으며, 우리나라는 30.1%로 이미 대세의 흐름이 중국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고가 제품군에서는 애플 아이폰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으며, 중저가 제품군에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겸비한 중국 업체들의 다양한 제품들이 자국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며 우리나라 기업의 점유율도 넘어서고 있다.

▲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수요 진작과 금융지원으로 조선해양시장 3대 지표인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전 부문에서 모두 세계 1위를 2013년에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해양과 자동차도 뒤집혔다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산업은 중국 기업이 생산한 차들만 따로 집계를 한 결과 이미 4년 전부터 추월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03년도에 우리나라는 337만대로 5.4%를 차지하며 291만대 4.7%를 차지하고 있던 중국을 46만대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2009년에 243만대 가량 격차를 보이며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2013년 우리나라의 생산량은 863만대(9.8%), 중국은 1,097만대(12.5%)를 생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해외 생산을 통해 세계 점유율을 9%까지 확대했으나 정체기에 접어든 반면, 중국은 내수를 기반으로 해외메이커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통상적으로 에틸렌 생산능력을 국가별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기준으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은 2003년 우리나라 585만톤(5.34%), 중국 578만톤(5.27%)으로 우리나라가 약간 우세를 보였으나, 2004년 중국이 역전한 이후 2013년에는 우리나라가 835만톤(5.4%), 중국이 1,876만톤(12.2%)으로 1,041만톤의 큰 격차를 보이며 중국이 멀찍이 앞서간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의 10년 간 연평균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3.6%, 중국이 12.5%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세계시장 4위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10차~12차 경제 5개년 계획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한 결과 우리나라를 추월하고 세계시장 2위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해양산업도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앞지른 상태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수요 진작과 금융지원으로 조선해양시장 3대 지표인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등 전 부문에서 모두 세계 1위를 2013년에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중국의 성장에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도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LNG선과 드릴쉽 등 아직은 중국에 앞서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민관의 R&D투자를 통해 대중(對중국) 기술격차를 벌려 놓는 것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선 것 같아도 불안한 질주

▲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전쟁은 애플을 제외하고 한중 대결구도로 형성되고 있으나 중국기업들의 기세는 매섭기만 하다

한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은 10년 전이나 2013년 현재나 여전히 중국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가 문제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반도체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정부가 자체 투자여력이 미흡한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1,200억위안(약 20조7,540억원)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웨어러블과 같은 사물인터넷, 자동차 등의 차세대 분야에서 늘어날 반도체 수요물량에 적시 대응하여 세계시장 선도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양국의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5.6%에 그쳤으나, 중국은 29.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중국 정부가 BOE, CSOT 등 자국 LCD패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으로 LCD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6세대 이하 LCD 유리 기판 관세율을 4%에서 6%로 인상하는 등 자국 LCD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과 보호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에 위협을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철강과 정유, 황새 걸음 ‘중국’과 격차 커
철강과 정유 산업의 경우, 조강 생산량과 석유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분석할 때 2003년에 이미 중국이 빅 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 격차는 1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가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중국의 철강 산업은 10년 사이에 세계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2003년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2.9%이지만 2013년에는 이에 2배가 넘는 48.5%의 점유율을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세계시장 점유율이 2003년 4.8%에서 2013년에는 4.1%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산 철강재는 우리나라 내수시장에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철강재의 원산지가 표기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제도적 미비로 인해 철강재 부문 對중 무역수지는 2003년 약 27억달러 흑자에서 2006년 적자전환 이후 2013년 약 34억달러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유 산업 또한 중국의 양적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석유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중국은 2003년 6.6%에서 2013년에는 약 2배 늘어난 13.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3년 2.8%에서 10년 후인 2013년에는 0.2% 늘어난 3.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중 FTA 체결을 기회로 삼아야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근래 중국 제조업은 추격형 전략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갖춘 ‘제조업 2.0’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주력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 체결은 중국의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함으로써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진 우리나라 주력산업을 다시 구출할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중 FTA 체결이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환익 본부장은 “기업은 중국과 격차를 벌릴 핵심기술력 확보와 기존 사업영역 이외 새로운 사업 발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평균 나이는 55세로 오는 2019년이면 환갑이다. 사람의 평균수명과 달리 제품과 기술의 수명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주력산업 발굴이 절실하다”고 개탄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와 헬스케어 등 새로운 국가대표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면 민관이 함께 ‘새 산업 운동’을 추진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신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충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 일본. 이들 삼국지의 춘추삼국시대는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지만 카오스 시대처럼 혼돈을 맞이하고 있고, 여기서 흔들리는 국가는 도태될 수 있는 만큼 긴박한 시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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