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4-21 22:20 (수)
[이순신의 窓]이순신의 정신은 유학(儒學)에서 나왔다.

노승석의 이순신의 窓

여해고전연구소장 | 고전 및 초서전문가, 이순신연구가. 국내 최초 난중일기를 교감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

[이순신의 窓]이순신의 정신은 유학(儒學)에서 나왔다.
  • 노승석
  • 승인 2020.04.22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륜의 도리

  몇 년 사이로 이순신정신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순신이 4백여 년 전의 인물이지만, 그는 풍전등화에 놓인 국운을 구제한 인물이기에 예나 지금이나 그의 정신이 세인에게 주는 효과는 해가 오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것처럼 지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순신을 주제로 한 인문학과 전략, 경영 등 다양한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정신의 바탕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선 이순신이 살았던 시대가 유교(儒敎)사회였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바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많은 이들이 언필칭(言必稱) 전쟁사 또는 임진왜란사를 먼저 언급한다. 과연 여기서 그의 정신세계를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그나마 이순신의 활약상이 담긴 《난중일기》와 그의 문집인 《이충무공전서》내용을 통해서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순신의 기록을 보면 유교경전에서 인용한 내용들이 매우 많다.

새벽에 아우 여필(汝弼)과 조카 봉(菶), 맏아들 회(薈)가 와서 이야기했다. 다만 어머니[天只]를 떠나 두 번이나 남쪽에서 설을 쇠니 간절한 회한을 가눌 수 없다. 
                                              -《교감완역 난중일기》임진년 1월 1일-

이 일기에 어머니에 대한 표현을 ‘천지(天只)’라고 했는데, 본래 천지란 말은 사서삼경의 하나인 《시경(詩經)》 〈용풍(鄘風)」 백주(柏舟)〉편에 “어머니는 하늘이신데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몰라주는가[母也天只, 不諒人只].”라고 한데서 나온 말이다. 멀리 전라좌수사로 좌수영에 와있으면서 설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기에 이 ‘천지’라는 말이 더욱 와 닿았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보면, 이순신 정신이란, 한마디로 유학(儒學)에 바탕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애 유성룡과 백사 이항복의 기록에 의하면, 이순신은 대대로 유학을 업(業)으로 한 가문에서 출생했고 20세 약관(弱冠)에 이르기까지 유학을 독실이 배운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 그러한 문인적인 소양이 있었기 때문에 붓글씨를 잘 쓰고 시를 잘 짓고 《난중일기》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순신의 정신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유학의 기본지침인 유교경전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를 모르고 이순신을 말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와 같은 것이다.

  조선의 선조(宣祖)는 일찍이 이순신의 학문은 이하(圯下)에서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하란, 즉 중국 진(秦)나라 말기에 황석공(黃石公)이 장량(張良)에게 병서를 전해준 이교(圯橋) 아래를 말하고 이는 태공의 병서를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분(李芬)이 지은 《충무공행록》에, 이순신이 과거시험에서 황석공의 《소서(素書)》로 강하는데, 한(漢)나라의 공신 장량(張良)의 일화를 자세히 답변하여 시험관을 놀라게 한 일화를 미루어 볼 때 이순신에게 이하란 《소서》를 지칭한  것이다.

“《소서》에 ‘즐기기를 끊고 욕심을 금하는 것은 허물을 없애려는 것이다[絶嗜禁慾, 所以除累]’라고 하니, 장량(張良)이 이 말에 따라 일찍이 인간 세상의 일을 버리고 적송자(赤松子)를 따라 다녔다.” <황석공소서 서문(序文)>

이 내용을 보면 이순신은 《소서(素書)》를 통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장량이 한고조를 도와 천하통일한 방법으로 도덕인의예(道德仁義禮)를 말하고 있는데, 이는 유학(儒學)의 핵심덕목인 오덕(五德)과도 상통한다. 오덕이란, 유학에서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 병법가인 손무(孫武)는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이라고 하였다. 결국 황석공과 손무의 이론도 모두 유학에 바탕한 것이다.

  요컨대 이처럼 이순신의 정신세계는 한결같이 유학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전란 중에도 부모에 대한 시양(侍養)의 도리를 다해 효(孝)를 실천하고, 또한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자세로 백전백승하여 나라를 위한 충(忠)을 이룰 수 있었다. 전쟁에 뛰어난 중국 삼국시대 전략가인 제갈량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부모부터 시작하여 백성에게 효를 가르친다[立愛自親始, 敎民孝也].”(《제갈량집》)고 하였다. 전쟁을 하는데 먼저 인륜의 도리를 중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순신정신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의 사상적 기반이 되어준 유학의 정신과 이론부터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

      글 :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이순신연구가, 초서/고전전문가)

      역서  :  《교감완역 난중일기》 개정2판(여해 2019)

                《난중일기 유적편》(여해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