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이름 없는(nameless) 정당'처럼 다시 시작하라. -

선거패배가 정부·여당의 매표용 현금살포였다고 남 탓 하기 바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
선거패배가 정부·여당의 매표용 현금살포였다고 남 탓 하기 바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

 

4·15 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은 정신 줄을 놓아버린 것처럼 보인다.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지 근 한 달이 다 돼가지만 통합당은 아직도 자신들이 왜 폭망 했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은커녕 자기 성찰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고 있다.

총선기간 내내 보수의 전유물인 안보 지키기와 경제 살리기란 브랜드를 살리기는커녕 어젠다조차 전혀 내지 못하고 막장 공천과 막말에 취해 '탈선한 어린왕자'처럼 갈지자 횡보만 거듭했다.

오랫동안 당이나 보수를 지지 했던 사람들과 소속의원, 당직자들조차도 미래통합당에 미래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니 미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무엇을 근거로 미래가 있는지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거 참패 이후에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둘러싸고 시기와 권한을 놓고 찬반 세력이 뒤엉켜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속 시원하게 들어 보지 못했다. 하물며 확답을 구하러 간 심재철 원내대표는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 집에 가서 비대위원장 승낙대신 와인 3잔을 마시고 나온 게 전부였으니 말 다한 거 아니겠는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지금의 미래통합당)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제 1당 자리를 빼앗긴 후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복기해서 필사적으로 일어서야 한다"며 백서 발간과 함께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당시 백서에 기록된 참패의 원인으로는 엉터리 공천을 자행한 진박 감별 소동과 선거전략 부재, 자신들 입맛에만 맞춘 엉터리 여론조사에 발목이 잡힌 것들, 그리고 청년세대가 외면한 청년 메시지 등등 민심이 등을 돌린 사례들을 적시하며 반성을 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1대 총선에서 백서 내용대로 제대로 실천을 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번에는 더 처참한 결과를 받았다.

그럼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지난 20대 총선 백서가 짚은 그대로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우선 통합당의 고유의 깔 맞춤에 反한 섣부른 화학적 공천과 사천으로 집토끼는 도망 가버렸고, 문재인 정부의 중간 심판격인 핵심공약과 선거 전략은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저급한 막말정치가 횡행했으며,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서 나온 불리한 여론조사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대책 마련 대신 일부 편향적인 유튜버들의 선동형 가짜뉴스에만 의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했으며, 청년을 당의 들러리로 취급해 결국 유권자들에게 버림받았다.

탄핵 이후 3년. 세상은 바뀌었는데, 통합당만 거꾸로 달려간다. 지난 대선전 촛불 이후 정치 지형은 뒤집어졌지만 변화를 거부했고, 집권 의지를 잃어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총선 참패와 관련해 당대표 권한대행인 심재철 조차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건 정부·여당의 매표용 현금살포였다"며 내 탓이 아닌 남 탓만 하기 에만 바쁘다. 자기반성과 성찰은 찾아 볼 수 없는 비겁한 변명이다.

선거 이후에도 보수의 '시그니처 이슈'인 대북 어젠다는 휘청거리고 있다. 지금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건 안보 인재라고 영입한 통합당 태영호,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자의 김정은 위독설과 사망설이라는 가짜뉴스 배포 뿐.

선거 이후 대처를 보면 이제는 아예 논리적 사고 능력마저 잃어버리고 있다. 실증적 근거보다 신념이 앞서는 주술(呪術)정당이 돼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패장은 원래 말이 없는 법. 통합당은 변명과 책임회피 대신 차라리 '이름 없는(nameless) 정당'처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칫하면 과거 자민련과 바른미래당처럼 민심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가 있다.

똑같은 실수를 4년이 흘러도 거듭했고, 차기 대선과 총선에서도 반복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러다간 소멸은 시간문제인데 정작 통합당 자신들만 모르고 있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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