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그리드=이준호 기자] 백화점 업계가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임시휴점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가 1분기 실적을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1분기 매출 6063억원, 영업이익 285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각각 21.5%, 82.1% 하락했다. 고마진 패션 상품군 매출이 부진하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38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줄었고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80.2% 급락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방문 고객이 줄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맞았다.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매출은 1조19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1%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32억원으로 97%가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명품과 가전을 제외한 의류·잡화·식품 등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제품군 판매가 부진했던 까닭이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입구가 통제돼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본점 명품매장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영업을 조기에 종료하고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사진=뉴스1)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입구가 통제돼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본점 명품매장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영업을 조기에 종료하고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사진=뉴스1)

◇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에 노심초사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통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재확산하면서 백화점업계는 또 다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 달말부터 이달 초까지 황금연휴 특수에 이어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매출 회복을 노렸지만 사태가 재점화 조짐을 보이는 등 마른침만 삼키는 형국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매출이 각각 2.6%와 7.5% 신장하는 등 분위기가 반전 되는 듯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정부 예방 수칙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면서 업계는 소리심리 회복과 매출 반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서울과 수도권, 부산, 제주도, 거제도 등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14일 오후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전국 확진자는 133명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이태원 클럽 관련해서 3만5000여명이 검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백화점 업계 직접적인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 9일 롯데백화점은 본점 명품매장 판매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확인하고 하루 동안 임시휴점에 들어갔다. 해당 판매사원은 이태원 클럽 방문자와 밀접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명품 매장 직원 35명을 대상 코로나19 감염 여부 확인 및 매장 방역 실시 후 재오픈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지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며 “본점 임시휴점 등 상황이 좋지 않아 실제 지난 주말 매출 및 방문고객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충청점도 판매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 9일 영업을 조기 종료했다. 해당 사원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백화점 1층으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중동점 역시 연휴 기간 동안 이태원 클럽에 방문한 입점업체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매장 방역을 실시했다.

해당직원은 지난 5~6일과 8일에 출근했으며 10일에 받은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지고 유통업계의 직접적인 피해 사례도 나오면서 이달 초 황금연휴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매출 회복을 기대했던 백화점 업계는 사태가 악화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 강의실에서 김은아 필라테스 강사가 ‘밴드필라테스 홈트레이닝 스트레칭’ 강좌를 카메라 등 중계 장비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 강의실에서 김은아 필라테스 강사가 ‘밴드필라테스 홈트레이닝 스트레칭’ 강좌를 중계하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 방역 강화·언택트 마케팅 등 다양한 대책 마련 부심

백화점 업계는 우선 방역 강화 등으로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쇼핑 공간 조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마스크 착용을 고려해 매장 온도를 평소보다 2~3도 가량 낮은 22~23도로 낮추고 점포 근무 직영사원들의 하절기 복장을 평년보다 3주 일찍 도입했다. 매장 환기를 위한 공조 시스템도 강화해 1㎛이상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낼 수 있는 필터를 장착했다.

롯데백화점은 점포 방역 외에 식품 위생 관리도 강화한다. 식품 위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롯데중앙연구소 하절기 식품 관리 메뉴얼에 따라 자체 위생관리 시스템을 가동한다. 하절기에 주로 사용하는 제빙기와 블렌더, 아이스크림 제조기 등에 대한 소독 주기도 단축한다.

오는 15일부터 해외명품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지난 1~10일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신장하는 등 '보복소비' 현상이 나타나면서 명품 매출이 급증하자 예년보다 할인 행사를 일주일 앞당겨 시작한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할인 행사를 통해 겐조·코치·베르사체·발리 등 90여개 브랜드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언택트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업계 처음으로 진행한 무관중 온라인 패션쇼는 약 5000여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매년 진행하던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도 온라인 접수를 통해 진행하면서 지난 5일까지 참가자 총 5000명이 모집돼 지난해 오프라인 대회보다 참가자가 25% 늘었다.

지난 13일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랜선 문화센터’를 열고 다양한 문화센터 강좌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양한 언택트 마케팅이 기대 이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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