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최악의 위기...2분기 실적 악화 가시화

지난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데일리그리드=이준호 기자] 면세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해외 여행객 급감 및 공항 면세점 임대료 부담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면세업계 어려움을 받아들여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한시적 판매한다고 했다. 업계는 6월 또는 7월 중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 전망하지만 제품 선정 등 이해 관계자들과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어 정확한 시점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8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8% 감소했다. 면세점 고객도 3월 기준 58만787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7% 급감했다. 지난달 인천공항 출국 여행객도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 전월 대비 88% 줄었다.

이처럼 면세업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관세청이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현재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가격 책정 단계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가 거칠게 반발하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통 채널 선정도 쉽지 않다. 면세품 최대 장점인 면세 혜택이 사라진 데다 장기 재고 면세품은 최소 6개월 이상 지난 이월 상품이라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중간 유통사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중간 유통사는 면세점으로부터 재고품을 싼값에 매입해 웃돈을 얹어서 각 유통 채널에 납품한다. 하지만 가격 책정·유통 채널 선정에 애를 먹으면서 악성 재고를 떠안을 리스크 탓에 면세품을 선뜻 매입할지 미지수다.

면세점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화장품 판매도 어렵다. 제품별로 상이하지만 스킨케어 제품의 경우 2년, 마스카라 등 메이크업 제품은 약 6개월로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 판매가 어렵다는 게 화장품 업계 설명이다. 화장품과 명품 브랜드 재고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실제 시중에는 중저가 브랜드 패션 잡화 상품만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지만 빨리 진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실제 국내 판매가 진행 된다면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확인해야 할 재고 물량이 워낙 많고 할인율 등을 업체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빨라야 6월이나 7월 중 실제 판매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공항 임대료 감면 논의...면세점 숨통 트일까?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고정 임대료 방식인 면세점 임대료 감면규모를 추가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면세점 업계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초 정부가 면세사업자 임대료를 20% 할인해주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고정 임대로 방식을 고수하면서 면세업계 어려움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면세점 3사와 인천공항공사의 간담회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양측은 이날 간담회에서 임대료 감면 확대·고용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감면안 등을 중심으로 현재 정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임대료 감면 확대 등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가 당초 정부 제시안과 같은 20% 수준의 임대료 감면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면세업계는 20% 이상 인하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매출 회복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 감면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임대료를 매출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글로벌 공항들이 임대료를 매출액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조만간 추가 감면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포공항의 경우 셧다운 상태기 때문에 20% 보다 더 높은 수준 감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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