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서 17가지 항목별 폭로
소방서 접대·부실점검 조장·책임 전가 등 지적
공사 측 “사실과 다른 제보자 개인적 견해”

[데일리그리드=윤정환 기자] 국내 한 공기업서 소방서와 유착하고 부실·허위 점검을 강요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지난 25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수백억원대 세금탈루 공공기관 공익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제보자는 “유능하고 젊은 직원을 채용해 국민을 상대로 사기꾼 짓을 조장하는 회사의 횡포를 더는 참을 수 없다”며 “0000공사의 부정, 부패, 부조리를 제보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해당 공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근무 실태를 총 17가지 항목으로 구분해 고발했다. 주요 내용은 대다수 실적과 관계있는 보이는 것들로 ▲소방서 유착 ▲부실·허위점검 조장 ▲사고 발생 시 직원에게 ‘책임 전가’ 등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공사 신입사원들은 소방서 직원들을 접대한다. 이를 위한 예산이 따로 편성되며, 접대는 간담회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산을 다 소진하면 직원 개인 사비로 소방서 직원을 접대하며 유착관계를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제보자는 “이러한 관계형성을 통해 사업소 평가를 잘 받게되고 간부들의 성과가 올라간다”며 “이는 회사 경영평가 지표로도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보자는 직원에게 과한 업무를 부여해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태를 ‘대국민 사기극’, ‘세금탈루’로 규정했다. 

제보자는 “각 호수당 점검비용이 약 8300여원인데 이는 국민들이 내는 요금의 일정 비율을 기금으로 받아오는 것”이라며 “하지만 (직원들은) 과다한 업무량으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회 산업위 국정감사에서도 A공사 직원들의 업무 할당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자료에 의하면 825명의 공사 직원이 전국 840만여곳의 설비 점검을 담당한다. 이는 1인당 하루 평균 41건의 점검을 책임져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1~2인 가구 증가로 재방문 비율이 늘면서 실제 점검원이 맡는 점검은 이보다 더 많아졌다. 지난해 기준 최근 3년간 점검원 재방문 비율은 평균 2.9회에 달한다. 이는 3번 방문해야 1곳을 점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보자는 “적정 건수는 평균 20~40건이지만 인력산정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오늘날 점검원 한 명이 하루에 70여건을 담당하고 있다”며 “당월 채우지 못한 점검 건수는 내달로 이월되기에 어떻게든 다 처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점검원들이 업무를 모두 소화하더라도 사측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보자는 “(공사는) 이런 건수를 배분하고도 수용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의 잘못으로 떠넘긴다”고 했다.

이외 제보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가가호호’(家家戶戶)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검 현장, 점검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주거침입죄’ 신고에 대한 사측의 방조, 신입직원 입사 시 무교육 현장투입, 신입사원 회식비 강제 거출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A공사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사실을 벗어난 개인적 견해라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불만을 공사 전반적인 문제로 쭉 쓴 것”이라며 “글에서 말한 그런 회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착 의혹에 대해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회적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공사 쪽에서 적극적으로 전기화재 원인분석을 위한 간담회를 여는 것”이라며 “옛날과 다르게 원인을 수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부실·허위점검 조장에 대해서는 “사측이 직원들에게 그런 환경을 조성할 리가 없지 않느냐”며 “이전과 달리 환경적 요인이 달라져 업무량이 늘어난 건 맞지만 내부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책임전가 주장은 자료를 통해 “업무수행 중 직원과실로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를 대비해 전문인배상제도와 경미한사고 배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블라인드는 익명을 보장하는 직장인 전용 앱이다. 가입하려면 현재 다니는 기업에서 본인이 사용하는 이메일로 재직상태를 인증해야 한다. 가입 후에는 게시글마다 본인의 직장이 표기된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4일 만에 조회수 15만7000여회, 댓글 3300여개, 좋아요 횟수 3600여개를 돌파했다. 댓글에는 A공사 직원뿐만 아니라 업계 직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윤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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