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자산 유동화 위해 안산·둔산·대구 알짜 매장 3개 매각 추진
-홈플러스 노조 "직원 수천명 거리로 내몰릴 것"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3일 서울 광화문 D타워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밀실매각 MBK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MBK와 홈플러스의 매장 밀실매각을 강력 규탄했다 (사진=이준호 기자)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가 3일 서울 광화문 D타워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밀실매각 MBK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MBK와 홈플러스의 매장 밀실매각을 강력 규탄했다 (사진=이준호 기자)

[데일리그리드=이준호 기자] "우리는 30대에 입사해 10~20년 이상 홈플러스를 성장시키고 성장과정을 지켜본 증인입니다. 그런데 폐점이라구요?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수 십년을 일해 온 대가가 결국 이것뿐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즉각 매각을 중단하십시요."

홈플러스가 추진하는 점포 매각 건을 두고 경영진과 노동조합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알짜 매장이라 불리는 안산과 둔산, 대구점을 매각하고 그 자리에 주상복합을 건설한다는 것에 대해 노조측이 반발에 나선 것.

홈플러스는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며 고용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수 천명의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리게 하는 것은 물론 알짜매장을 팔아 자본금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등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에 나섰다.

홈플러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3일 서울 광화문 D타워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밀실매각 MBK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본사와 MBK파트너스의 매장 매각 시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대주주 MBK에 배당을 지급하기 위해 노동자 몰래 안산·둔산·대구 3개 매장을 매각하려 한다"며 "이번 매각은 수 천명 직원을 거리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8일 안산점 매각 주관사로 NH투자증권, 둔산점과 대구점 매각 주관사로 딜로이트안진을 선정하고 3개 매장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 후 건물을 헐고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이번 매각이 MBK가 지난 5년간 통상적으로 해오던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방식이 아닌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매각 대상 매장 선정 과정에서 문제도 제기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안산점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위권 매장이며 대구점은 홈플러스 1호점으로 '종갓집'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실제 1순위로 매각을 추진 중인 안산점은 직영 사원만 218명, 입점업주·종업원 등을 더하면 약 1000여명이 일하는 매장이다. 전국 140여개 홈플러스 매장 중 직원수 2위, 매출 5위권 내에 드는 알짜 매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은 "알짜 매장을 매각한다는 것은 MBK가 경영이나 일자리에는 관심 없고 오직 부동산 가격만 고려해 매각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는 자해행위로 MBK의 마트사업 포기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홈플러스 당기순이익은 7332억원이었는데 MBK가 받아 간 배당금은 무려 1조2130억원"이라며 "현재 경영위기 책임은 전적으로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에 있다"고 부연했다.

3일 광화문 D타워 MBK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에서 홈플러스 노조가 MBK의 과도한 배당잔치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준호 기자]
3일 광화문 D타워 MBK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에서 홈플러스 노조가 MBK의 과도한 배당잔치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준호 기자)

노조는 홈플러스 고용안정성 보장 약속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홈플러스 주장은 새빨간 거짓이며 안산점 직영직원 200여명을 추가로 수용할 주변 점포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은 "안산에 위치한 안산선부점과 고잔점은 물론, 10km 밖에 위치한 시화점·평촌좀·서수원점 등도 수용여력이 없다"며 "특히 시화점은 인력이 남는다는 이유로 지난 2018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12명 직원을 안산점으로 전환배치하기도 했고 전 매장이 인력 줄이기에 혈안인 상황에서 주변 매장으로 분산배치하겠다는 회사 측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규순 홈플러스지부 안산지회장은 "우리가 마트에 입사한 것은 집과 가깝기 때문인데 거리가 먼 다른 매장으로 배치하는 것은 퇴사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홈플러스측도 이날 노조 기자회견에 대해 입을 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다른 대형 유통사들과 마찬가지로 홈플러스도 생존과 변혁을 위해 ‘자산유동화’ 등 다양한 경영 전략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위기 국면 타계를 위해 다양한 경영 전략 방안을 검토 중이며, 유동성 리스크 최소화 방안을 검토중에 있으나,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자사는 지난해 무기계약직 1만4283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만큼, 정규직 인력 고용 안정을 위해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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