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 10대 중 9대가 법인차
수입차 법인구매 비율 37%...세법개정에도 제자리
법인명 수퍼카 사적이용 적발 사례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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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차장에 세워진 고가 수퍼카.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뉴스1)

[데일리그리드=윤정환 기자] 법인명의로 등록된 수억원대 수입차,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용으로 보기 힘든 수퍼카부터 5억원을 뛰어 넘는 초고가 차량 상당수가 회사차다.

10일 한국수입협회 통계자료에 의하면 올해 4월까지 판매된 전체 수입차 중 법인 이름으로 등록된 차량 비중은 37%에 달한다. 10대 중 4대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영업용 차량이라는 의미다.

이 기간 판매된 람보르기니는 총 84대며 94%에 달하는 79대는 법인차량이다. 개인구매는 단 6%에 불과하다. 리터당 5km 남짓한 연비를 지닌 수퍼카를 타고 출퇴근, 출장 등 업무를 본다는 말이다.

‘회장님 차’로 불리는 롤스로이스는 이 기간 총 42대 팔렸고 93%에 달하는 39대가 법인차였다. 롤스로이스 팬텀EWB(7억4000만원), 팬텀(6억3000만원), 고스트(4억2000만원), 레이스(4억원)는 모두 법인명의로 팔렸다.

이외 포르쉐는 2396대 중 1632대(68%), 마세라티는 275대 중 230대(84%), 벤틀리는 63대 중 53대(84%)가 회사차로 판매됐다. 종합하면 국내에서 판매된 전체 고가 수입차의 3분의 2는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국내 법인이 고가 수입차를 구매하는 일은 작금의 일이 아니다. 주로 법인 대표나 고위급 임직원이 구매한다고 알려졌다. 이들이 고가 수입차를 구매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현행 세법상 업무용 차량을 구매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6년 규제하기 위해 세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은 법인차 비용을 손금받으려면 전용 보험에 가입토록 했다. 또 연간 감가상각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1000만원 이상 비용을 인정받으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하게 했다.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무늬만 회사차’ 비중은 여전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된 법인명의 수입차 비중은 38.78%로 역대 최고치였다. 2018년에는 32.39%, 2017년 34.93%, 2016년 35.37%로 집계됐다. 개정안 시행 후 잠시 주춤했으나 최근 국내 수입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덩달아 법인명의 수입차 비중도 높아진 것.

이 차량들이 실제 업무용으로 사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크다. 

실제 지난 8일 국세청은 법인명의로 수퍼카 6대를 취득하고 사적으로 이용한 모 중견기업 사주일가를 적발했다. 특히 2대 합계 13억원에 다하는 수퍼카를 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인 자녀가 자가용으로 이용하면서 비용은 법인이 내도록 했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 “수퍼카를 법인이 보유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자주 언급되면서 사적사용·탈세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영국은 업무차량의 출퇴근 이용도 사적사용으로 간주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례처럼 명확히 혐의가 드러난 것부터 시작해 조사 범위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법인명의 차량을 이같은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례를 밝히기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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