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만도 못한 햄버거', '안심하고 먹은 건 감자튀김 뿐' 등 조소 속에 라면버거 초라한 퇴출수순

 

롯데리아가 대대적인 호들갑을 떨면서 홍보했던 라면버거가 출시 한달도 안돼 쓸쓸한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신개념 버거로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국민 1%인 50만명의 마음도 잡지 못한 채 초라하게 사라지는 꼴이 된 것이다.

1월 초 롯데리아는 라면버거를 출시하면서 50만 개만 팔겠다고 한정판 마케팅을 펼쳤다. 제품 개발과 내부 평가 등 오랜 준비과정을 거쳤음에도 라면버거가 대중에 어필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한 탓이다. 이벤트성 행사로 먼저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겠다는 심산으로 제품을 올렸다.

그러다 출시 3일 만에 18만 개가 팔리며 히트할 조짐을 보이자 매체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입소문을 유도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사 간 소비자들에 대한 무리한 바램이었을까? 소비자들의 구매열풍은 3일천하로 끝났다. 신선한 시도로 이벤트 효과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치 재미있는 영화를 한 편 보고 나가는 관객들처럼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라면이 다 부서져요’, ‘안심하고 먹은 것은 감자튀김 뿐’ 등 불만을 제기하는 글들로 줄을 이었다.

시식후기에 올라오는 불만유형은 크게 세가지.

우선, 크기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삼각김밥보다도 크기가 작은 버거라니’, ‘단 세입으로 2/3가 없어졌다. 맛은 그냥저냥이나 가격 대비 양이 꽤 부족한 것 같다', '요즘 대 창렬 시대인지 크기는 작아지고 가격은 오르네요' 등 비아냥이 섞인 불만이 직접 크기를 비교하는 사진들과 함께 올라왔다.

▲ 블로그사진 캡쳐
이에 더해 ”크기도 쥐꼬리 만한 게 단품 가격만 3000원 넘는 것부터가 든든한 식사대용으로부터 아웃이다“며 롯데리아의 상술적인 가격에 혹평하는 글들도 올라왔다. 

라면의 뭉개짐에 대한 불만도 다수 제기됐다. ‘반이상 먹으면 라면이 풀리기 시작해 포장에 머리를 박고 먹어야 한다’, ‘면이 흩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젓가락을 챙겼다', '면이랑 패티가 자꾸 분리돼 나중엔 면만 우적우적 먹게 된다' 등 면이 풀리고 부스러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장 기본이 돼야 할 맛에 대한 불만도 많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라는 중립적인 평가도 있지만, ‘불어버린 팔도비빔면을 후라이팬에 볶아 먹는 맛이다’, ‘그냥 불닭볶음면에 고기를 끼워넣은 맛이다‘ 등 라면과 패티의 조합이 어우러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이 제기됐다.

그나마 이런 불만도 1월 20일 정도까지. 그 후로는 라면버거를 찾는 이가 거의 없음을 보여주듯 후기도 올라오지 않았다.

실제로 50만개 한정판매라던 라면버거가 아직도 서울 시내 많은 매장에서 여전히 팔리고 있다. 조사 결과 잠실 롯데월드, 건대입구역 매장 등 번화가의 대형 매장에서조차 라면버거가 60개들이 캐이스로 2~5개씩 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초기물량을 다 소진한 일부 매장의 경우 시내 중심가 매장에만 추가 물량을 할당해 회사차원에서 재고를 빨리 떨어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느낌도 감지된다.

롯데리아는 2013년 5월 일본에서 먼저 라면버거를 출시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한정판매를 했었는데 일본에서는 빵이 아닌 패티를 라면으로 만들어서 출시했다. 큰 재미 못보고 한 달여 만에 판매를 중단했던 롯데리아는, 2년 만에 국내로 돌아와 빵 대신 라면을 얹는 모험으로 재도전을 했다. 하지만 한 달도 안되 다시 제품 철수를 결정하면서 어설픈 개발역량만 드러냈다.

롯데리아 매장의 한 지배인은 “50만개 한정판매 이후 추가 출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매장에 남은 재고 물량은 모두 소진할 때까지 주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햄버거계의 아이폰을 꿈꿨을까? 롯데리아는 상식을 파괴하는 기린아로 어필되길 원했지만, 매출만 파괴한 채 신매뉴를 황급히 퇴출시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우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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