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시장진입 방해 혐의 등 불공정 행위로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

화약을 무기로 영세업체들의 시장진입을 막아 온 한화와 고려노벨화약이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내 산업용 화약시장에서 가격과 시장점유율 담합하고, 신규사업자에 대한 사업활동방해를 한 혐의로 한화와 고려노벨화약에게 과징금 총 643억 8천만 원을 부과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1999년 3월 이후 약 13년 간 수 차례에 걸쳐 공장도가격의 인상폭을 합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양사는 1999년 15%, 2001년 8%, 2002년 7.5%, 2008년 9%의 공장도가격을 인상했다. 2001년도 합의에서는 원래 19% 인상을 계획했는데, 수요처들의 반발로 2001. 10월과 2002. 7월 두 차례에 걸쳐 15.5%를 인상했다. 이들은 2012년에도 가격인상 협의를 진행했으나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돼 중단했다.

이들은 또 시장 점유율을 한화 72%, 고려 28% 비율로 유지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 비율은 이후 변동 없이 유지되는데, 이를 위해 양사는 대규모 수요처를 사전에 분배하고 월별 판매량을 상대방에게 상호 통지했다. 또한 각 사 공장을 방문해 양수도대장을 직접 점검하기도 하고, 화약연료 제조사인 휴캠스에 연락해 타사가 구입한 원료물량을 확인하기도 하는 등 치밀하게 복점구조를 유지해 왔다.

2002년 ㈜세홍화약이 산업용 화약시장에 진출하자 이를 퇴출시키는 방안도 함께 공모했다. 이들은 장기간 조직적으로 세홍화약의 영업활동을 방해했고 결국 2007년 퇴출시켰다. 이 후 세홍화약은 고려에 인수되었는데, 당시 인수비용(120억 원)은 한화와 고려가 시장점유율(7:3)을 기준으로 나누어 부담했다.

▲ 세홍화약 퇴출을 위한 양사의 담합내용(공정위 발췌)

특히 한화와 고려는 이러한 공모가 공정위에 적발되지 않도록 평상시 대외보안에 매우 신경을 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양사 담당자들이 만날 때는 휴대폰을 꺼두거나, 통화가 필요하면 공중전화나 다른 사람 핸드폰을 빌려서 사용했다. 계산도 카드는 쓰지 않고 철저히 현금만 쓰면서 거래흔적을 숨겼다. 문서작성에도 신중을 기해 수시로 담합관련 자료를 삭제·폐기하고, 평소 문서작성 시‘협의’,‘가격’,‘M/S(시장점유율)’등의 문구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 왔다.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이들의 치밀한 담합과정은 공정위 조사로 세간에 드러났다.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한화에 대해 516억 9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담한 고려에는 126억9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약 13년 간 견고하게 유지된 담합행위를 적발함에 따라 앞으로 시장진입을 주저했던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경쟁에 참여하고 산업용 화약 수요처들도 경쟁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도 불공정 기업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통해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이뤄지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근절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산업용 화약시장은 1952년 설립된 한화(당시 ‘한국화약’)가 수십년 간 독점해오다 1993년 고려화약(2000년 ‘고려노벨화약’으로 명칭변경)이 진출해 2개사만 복점(複占)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우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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