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정화 한다. -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정화 한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정화 한다.


거리 환경을 개선하고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 9조에 따라 1만㎡ 이상 신·증축 건축물에 대해 건축비의 0.7%를 미술품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0.7%법)이 도입된 지 48년이 됐다.

특히 권장 사항이던 미술품 설치는 1995년부터 의무화되면서 이전까지 135점에 불과하던 미술품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현재 전국에 1만9326점이나 된다.

문제는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서 이처럼 방치되거나 흉물로 전락하는 조형물이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주한 ‘건축물미술작품제도개선연구’(2014)에 따르면 한국의 ‘0.7% 법’과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는 미국 캐나다 영국의 주요 주와 카운티,시 에서는 처음부터 미술품 제작 금액의 일정 비율을 떼서 유지 보존과 관리 행정 비용에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법령에 한번 설치된 미술품에 대한 사후 관리 규정이 없다보니 전국적으로 박물관이나 공원에 가보면 무수한 조각상들이 즐비하게 때로는 어지럽게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그러다 보니 조각에 얽힌 역사와 스토리를 듣고 상상 하기 보다는 주문자의 상상과 의도만 강조된 생각을 통제성 하며 보는 이들의 눈과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고, 조각품의 대부분이 국민의 세금이 지자체장들의 업적을 기리듯이 즐비하게 공간만 메우고 있는 곳이 허다하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왕조가 때론 점령자와 귀족의 가문들이 목숨을 걸거나 많은 사비를 털어서라도 조각품을 지키고 만들어 온 것과는 조각품을 보는 안목과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불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소한 거대한 역사, 예술의 교실이라는 파리나 오스트리아등 유럽국가 처럼은 아니더라도 왜 이 조각품이 시민의 공간을 차지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정화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국가에 공헌한 사람을 조각해 길거리에 세우는데 인색하지 않다.

설령 조각상의 주인공이 살아생전에 과오와 실수가 있다 해도 그것을 파헤치거나 문제를 삼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관용( Tolérance )정신이란 게 오랜 세월동안 면면히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파리 길거리에 조각작품이 많은 이유다.

스페인에는 세계적 건축가인 안토니 가우디의 미완성 작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있다. 성당 주변은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성당 내부를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바르셀로나를 가려는 사람들은 바로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려고 간다고 한다.

또 하나의 스페인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거대한 조각물로도 불리는 '알함브라궁전'이 있는데 ‘기타의 사라사테’라 불리는 스페인 작곡가 타레가 (Francisco Tárrega, 1852~1909)가 작곡한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 연주곡으로도 잘 알려진 이슬람 왕국의 가장 위대한 궁전이며, 유럽에 남아있는 유일한 이슬람궁전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인들은 이베리아반도를 장악하지만 내부 분열과 가톨릭 세력의 압박으로 무어인들의 세력이 약해지며 결국 이사벨라 여왕이 이끄는 스페인 가톨릭 세력에 의해 1492년 이슬람 제국은 패망에 이를때, 무어 제국의 마지막 왕 무함마드 12세는 이사벨라 여왕에게 궁전을 부수지 말아 달라며 자진 항복을 하고 궁전을 떠나 아프리카로 돌아간다.

이사벨라 여왕은 알함브라궁전이 이교도의 잔재임에도 불구하고 "부수기는 쉬우나 이렇게 아름다운 궁전을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며 궁전을 보전하게해 지금의 모습으로 유지 할 수 있었다.

파리와 스페인의 조각 거리에서 느끼는 나름의 역사와 사랑과 삶이 있다면 지금 우리의 거리에서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있는걸까?

조각의 역동성은 삶의 열정과 흥분, 세계에 대한 영원한 불안정의 구체화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동시에 ‘그들만의 울타리’에 도전하는 창의적인 조각을 음미해 본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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