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문화·예술의 혼이 모시꽃으로 피어나다

<千年의 사랑 ‘모시꽃 피다’> 중 (이가람 교수 제공)

*해당기사는 이가람 교수의 글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데일리그리드=이시은 기자]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인간이 세계를 지배하는 종이 된 것은 자연계 구성원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공감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라 했다. 또한 죽음에 다다른 인간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공감을 나누었던 과거의 찰나라고 언급했다. 찰나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공감은 삶의 윤활유이자 감정 소통의 근간으로 응집력과 화합에 있어 중요한 삶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언택트(Untact)화된 코로나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사회적 공감의 형성과 창조이다. 자동화와 고립화로 고착되고 있는 인간 소외의 환경에서 사회적 공감의 일차적인 원천은 다름 아닌 문화와 예술일 것이다. 특히 전통예술은 인간 공동체가 여러 세대를 통해서 소통하고 나눈 공감의 소산으로 가치가 높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각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와 전문가들이 지역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현상은 시의적절한 움직임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빠른 행보를 보인 지역의 하나가 바로 충청남도와 서천군이다. 충청남도는 전통예술과 문화의 보고(寶庫)로 다양한 전통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세계 인류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한산 세모시, 충남무형문화재 제21호 서천 공작부채, 충남무형문화재 제24호 태안 설위설경(設位說經) 등의 전통유산이 전승되고 있다. 특히 충청남도는 문화재 전승뿐만 아니라 이러한 귀중한 지역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역 문화 정체성 확립, 문화유산과 예술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지역민에 대한 문화의 보편적 향유를 위한 노력과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인구 5만의 지자체인 서천군은 전통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후원 아래 다양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공연콘텐츠 제작과 개발에 대한 다년간의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개된 2020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예기관 기획공연프로그램 <千年의 사랑 ‘모시꽃 피다’>는 충남 지역의 문화와 예술적 공감을 위한 실천적이고 시발적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충청남도 서천군과 서천군을 활동의 근거지로 창작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충청남도 전문예술단체 전통예술단 ‘혼’이 지역문화유산과 전통을 근간으로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자생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와 서천군의 후원으로 전개된 5개의 공연 레퍼토리 중 하나인 ‘모시꽃 피다’ 공연의 주체는 전통예술단 ‘혼’이다. 전통예술단 ‘혼’은 문화를 통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자 탄생한 사회적 기업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충청남도의 무형문화재를 기반으로 한 명품 브랜드 공연 “Great to see you(그랬슈)콘서트”를 통해 수준 높은 무대예술을 선보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산 세모시를 기반으로 하는 ‘모시꽃 피다’는 세모시 한 필을 꽃피우는 과정에 내재되어 있는 충청남도 여인네들의 정성과 애환의 역사를 고도의 예술적 표현력으로 승화시켜 전문가들과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다. 전통예술단 ‘혼’은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공연의 일환으로 ‘모시꽃 피다’를 제작해 온라인을 통한 문화적 공감대를 위한 실천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문화 예술단의 비대면 예술 활동에 대한 전통예술단 ‘혼’의 선구적인 노력과 실천에 박수를 보낸다. 

<千年의 사랑 ‘모시꽃 피다’>는 충청남도 서천의 문화재를 모티브로 문화유산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된 창작춤의 향연이며, 충청지역만의 정서와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창작극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백유영 감독은 “세계 인류 무형문화 유산으로도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한산모시의 고상함과 아름다움”을 작품을 위한 창작의 동기로 삼았다고 한다. 또한 충청남도 서천 지역 여인네들의 애환과 혼이 담긴 모시를 소재로 한 시와 서천지역의 문화재인 공작부채와 충남무형문화재인 설위설경 검무를 작품 구성 요소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적 협력과 화합을 이끌어 냈다고 본다. 이러한 작품 구성의 콜라보를 통해 <千年의 사랑 ‘모시꽃 피다’>는 모시를 길쌈하는 과정에 나타난 여인네들의 단아하고도 우아한 내적 욕구를 움직임 예술로 승화시켜서 숨겨져 있고 잊혀질 수 있는 지역 내면의 정서를 작품을 통해서 표현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이 작품이 지역민들의 정서적 공감대 형성과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글쓴이 : 이가람 경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한국체육사학회 상임이사, Asian Journal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Science 편집위원

 

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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