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심의 '역 선택'은 언제든 가능하다. -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를 추월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리얼미터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중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7%포인트 내린 33.4%, 통합당은 1.9%포인트 오른 36.5%로 보수계열 정당이 민주당 지지도를 역전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지난 2016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약 3년 10개월 만에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만8684명에게 접촉해 최종 1507명이 응답을 완료, 5.3%의 응답률을 기록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의 핵심은 민심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무능과 실정에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다.

보수 정당이 민주당 지지도를 앞선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중도층 이탈이 늘어나는 가운데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과 중도층은 물론이고 진보층에서도 일부 지지세가 하락한 결과였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도 전주보다 0.6%포인트 떨어진 43.3%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0.1%포인트 오른 52.5%로 조사됐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文 정부의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부동산 실정(失政)으로 인한 집값 폭등과, 176석 거여(巨與)의 입법 독주와 실업률 증가, 광주·전남 등 남부 지방 비 피해에 대한 늑장 대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통합당 지지율 상승세는 만만치가 않았다.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높은 상승폭을 보였고, 서울 지역에서도 상승했다. 50대와 70대 이상, 남성 계층에서도 지지율이 올랐다.

특히, 호남 수해 현장을 민주당 보다 미리 방문하고 정강 초안에 5·18 정신을 포함시키는 등 호남 및 중도층 공략으로 가뜩이나 흔들리는 민심을 더욱 흔든 것으로 보인다.조국, 윤미향, 오거돈, 박원순 사태 등을 보며  지난 4.15총선 이후 176석 거대 여당의 막무가내 독주와 부동산 실정을 계기로 민심은 서서히 이반 했고, 급기야 폭발했음을 보여준다.

복기해보면 지난 2016년 10월 3주차 리얼미터 여론 조사 결과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29.6%, 민주당은 29.2%였지만, 4주차에 민주당이 31.2%로 새누리당(24.7%)을 앞지른 뒤 단 한번도 추월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

임기 3년을 지나 후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와 여권은 ‘4·15 총선’ 압승에 40~50%대의 높은 지지율에 자만에 빠져 '레임덕’'우려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답은 '아니다'다.

집권 후 손을 댄 소득주도성장과 탈 원전 등의 정책은 도리어 탈이 나 민심이반을 부추겼고, 특히, 23차례나 쏟아낸 대책에도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52%나 뛰었고, 전셋값도 56주 연속 상승하는 등 부동산 정책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으며, 여당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 조차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철옹성 같이 단단했던 적극 지지층인 여성과 20·40대, 진보층과 호남에 조차 이탈 정도가 심각해져, 급기야는 정당 지지도에서 조차도 민주당이 통합당에게 뒤처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시간이 지날 수록 민심은 떠나 레임덕의 징후가 점점 농후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심이 하나 둘 씩 떠나고 있는 와중에도 문 정부와 여당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민심을 어루만지기는커녕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국민을 절망하게 만들고 분노를 촉발했다. 여권 내에서조차 '대통령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비해 통합당은 별다른 호재가 없는데도 민주당을 앞선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 왜일까?

지난 총선 참패로 황교안 체제가 무너지고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섰지만 지금까지 일궈낸 성과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음에도 민주당보다 앞선 결과가 나온 것은 잘해서라기 보다는 여권의 실책 덕이라고 봐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상대의 무능과 실축으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으니 오죽했으면 '가마니(가만히) 전략'이란 말이 나오겠나.

그러나 국가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제1야당이 가만히 앉아서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저절로 떨어지기만을 표정 관리하기에만 급급하는 것은 국민의 희망과 꿈의 사닥다리를 차 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

국민들이 지금은 다른 대안이 없어서 통합당에 삼삼오오 모이지만 제1야당이 집권세력을 어떻게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지는 두 눈을 치껴 뜨고 지켜보고 있다.

지지율 1위로 올라선 통합당은 여당을 견제하라는 민심의 명령을 잘 받들기 위해서는  내부 공사중이라는 식으로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하며 자만하지 해서는 안 된다.

자력이 아닌 반사이익에 따른 지지율 상승이라는 정확한 현실인식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자만을 경계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수권정당 능력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 4.15 총선에서 103석에 불과했던 통합당의 자멸적 행태를 지켜봤던 국민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지금 실책을 많이 해도 아직은 통합당이 건전한 보수층으로서 제대로 된 개혁과 쇄신을 보여주기엔, 그리고 여당 대안 세력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여진다.

분명한 것은 민심의 '역 선택'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생각은 이토록 국민 삶이 피폐한 데에는 여당만의 잘못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은 모두가 공범이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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