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뉴스1 제공)
사진 =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뉴스1 제공)

[데일리그리드=김호성 기자] 거대 여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이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양사가 매각해야 할 삼성전자 주식이 20~30조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달 들어 주가가 32.49% 급등했다. 삼성화재도 지난달 말 대비 주가가 9.32% 올랐다. 이 같은 주가 급등과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당사 재무건전성, 보험시장 1위의 입지, 견조한 이익구조 등을 고려해 보면 주가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회귀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박용진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이른바 '삼성생명법'은 현재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에 돌입했다.

'삼성생명법'은 현행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3% 룰'의 산정 기준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사는 타사 주식 한도를 총자산의 3% 이하만 보유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은 '3% 룰'을 매입 당시의 취득 원가 기준으로 계산한다. 만약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3% 룰' 계산 기준은 '현재 시가'로 바뀌게 된다.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방식이 시가로 바뀔 경우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을 20조원 넘게 처분해야 하고, 삼성화재도 약 3조원 가량을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17.48%) 지분을 이용해 삼성전자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물산→삼생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핵심 지분고리가 끊어지면 그룹 소유구조가 흔들리는 탓에 계열사 중 누군가는 이 지분을 사야 한다. 시장에선 삼성물산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43.4%) 인수에 나설 경우 주주가치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물산이 소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2874만2466주)를 전일 종가(80만원)로 단순 계산하면 23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대 주주(31.5%)라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경우 지배주주로 등극, 자회사 분류를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지분법에서 연결재무로 변경되면 바이오 사업의 변동성이 삼성전자 장부에 그대로 반영된다. 요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이 좋아져 삼성전자의 종속회사로 편입되면 긍정적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인수에 수십조 원이 소요된다는 점은 확실히 삼성전자에게 부담이다. 그러나 바이오업체를 종속회사로 편입하는 게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는 전망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이슈다. 따라서 주주들의 반응은 지배구조 개편의 주요 관건이 될 공산이 크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생명법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드러내고 있다. 수십 년간 보유했던 주식을 시가가 상승했다고 강제로 팔아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아무런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던 것을 갑자기 바꾼다면 향후에도 이와 같은 법안 발의가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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