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센 유명근 대표의 디자인 컬럼

전략과 혁신의 관계
필자는 디자인전략 컨설팅 전문회사를 운영하면서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전략(Strategy)’과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실행의 툴로써 ‘혁신(Innovation)’이라는 키워드를 즐겨 쓰고 좋아한다.
그 이유는 이 두 단어의 어원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과거 대기업 마케터 출신으로, 처음 소규모디자인 전문회사에 발을 들여놓을 당시 낯설게만 느껴졌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많은 디자인적 이슈들을 놓고 고민해왔던 나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이후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계 디자인회사의 아시아 사무소장으로 일할 당시 영국 파트너들로부터 배운 교훈은 디자이너로서 창의성에 대한 원천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는 결국 이 두 가지 키워드의 조합으로 인해 보다 만족스런 해결책을 제시하는가에 따라 달려있다고 확고히 믿게 되었다.
‘전략’이라는 단어는 전쟁용어로부터 유래하는데, 이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장군의 리더십으로부터 나오는 기술을 의미한다. 전략적 계획이란, 조직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미래에 대해 예측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조직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Bryson 1999)

디자인 전략과 디자인개발
디자인 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니즈를 미리 내다보는 미래 발전 방향을 위한 토대의 역할을 하며 혁신적인 디자인개발이 이루어지도록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략을 무시한 디자인은 설득력이 없는 공허한 결과물이 될 가능성이 많다. 수많은 경쟁자들과 맞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점하려면 단순히 스타일링 위주의 디자인을 벗어나 전략적인 사고를 기초로 차별적 우위를 찾아 소비자의 마음에 자사의 브랜드를 리포지셔닝 시켜야만 한다. 
 
전략의 차별화, 페어플레이
동일 산업 군에 있는 디자인 경쟁사들과 빈번한 비딩에서도 페어플레이를 통해 콘셉트를 여실히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여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 줄 수 있느냐는 것은 분명 전략의 차별화이다. 손자병법으로 빗대어 이야기 한다면 전쟁터에 나가 칼을 뽑지 않고도 상대방을 이기는 방법이 곧 전략이다. 
수적으로 우세한, 그리고 현란한 포트폴리오와 저렴한 비용... 결국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하기까지 지난 10여년간 디자인산업계는 온통 상처투성이 저가 경쟁으로 치달아 전략도 없이 몸을 내맡기는 비전문 디자인기업과 디자이너들로 몸살을 앓곤 했었다.
물론, 디자인 산업에서도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생산성 원리가 통용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응당 투자되어야 할 디자인비용을 필요이하로 낮추는 것은 기업과 디자이너 양자 간 진정성이 섞인 장기적인 관계를 약속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보장되지도 않을 임기응변식 고객의 약속이나 당장의 적은 이득을 위해 마지못해 수용하는 경우 십중팔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놓고서도 디자인 품질이 저하될까 후회하기 마련이다.    

  
디자인 전략의 필요성, 아웃사이더 관점
기업이나 고객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모를 때 아웃사이더로서의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문제의 핵심을 집고 경험을 살려 프로젝트의 목표와 디자인 브리프를 명확히 하는 일 또한 전략이다. 
필자가 2009년 디자인전략 컨설팅 전문회사를 설립 당시, 영국파트너사가 흔히 얘기하는 ‘방귀만 뀌고 똥은 안 나온다’라는 영국식 저급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신규 제품 개발(New Product Development) 시 디자인전략 컨설팅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 투자대비 당장의 효과를 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는 국내의 기업들에게는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는 방법론으로만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전략보다 직관에 의지해 디자인을 하는 것이 훨씬 쉽고 비용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특히 대다수의 결과 지향적인 기업에게 디자인 전략은 불요불급이었다.


그와 반대로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제품을 디자인하는데 있어 디자이너의 촉, 즉 감각만 믿고서 맡겼다가 낭패 보는 사례를 지양하며 보다 객관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문제 해결방식을 원하는 기업의 사례들도 종종 있었다. 물론 운 좋게도 크리에이티브 한 디자이너를 만나면 어떠한 포커스테스트나 소비자조사 없이도 직관적으로 비용효율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정말이지 이것은 운이 꽤 좋을 경우이다.
필자는 근래 마케팅적 접근을 통한 소비자 인사이트 도출 및 디자인방향을 책임지는 디자인 전략팀과 별도로 탁월한 디자인감각을 지닌 디자이너들을 채용해 디자인 혁신팀을 운영하면서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디자인 산업의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의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갖게 되었다.  

장기적인 비전으로써의 디자인 전략
무엇보다 이지적이고 논리적인 부분이 간과되고 소비자 감성에 터치하기 위한 말초적이고 스타일링 위주의 디자인작업은 필자에겐 매번 갈아 업는 길거리의 보도블록처럼 장기적인 복안 없이 일희일비하는 아주 고루한 작업으로 여겨졌다. 과거 영국파트너 사와 일하는 동안 타겟 시장에 대한 공급자와 사용자 관점을 모두 고려한 심도 있는 리서치 파워에 대한 중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하였기 때문이다.
반드시 전략이 선 다음에야 디자인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막연한 추상성을 떠나 어느 정도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한 상태에서의 냉정한 분석력과 디자인 전략을 기반으로 디자이너의 공감능력으로 대변되는 감성적인 터치가 더해져서 제품혁신을 위한 균형 감감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이 가져야할 덕목이 아닐까 한다.

전략과 혁신, 이 둘은 마치 한 쌍의 톱니바퀴처럼 어느 하나 없어서는 안 될 불가분의 관계이며 창의성의 원천인 것이다.  

▲ (주)아이디센 유명근 대표이사
현재, 아이디센(IDECEN) 대표
스페인 모르메디(Mormedi) 아시아 대표
런던 시모어파월(Seymourpowell) 아시아지역 대표
다담디자인어소시에이트 마케팅총괄 소장(CMO)
하이닉스반도체 해외전략마케팅팀

<주요활동>
경희대학교 디자인교육대학원 강사 역임
한국디자인진흥원 굿디자인 심사위원
서울산업통상진흥원 및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심사 자문위원
한국능률협회 Korea Brand Conference ‘디자인 명품화 전략’ 주제발표
디자인서울클리닉 중소기업 교육 주제발표 전략적 디자인(Strategic Design)
한양대학교 대학원 디자인매니지먼트(디자인혁신사고) 강사 역임
월간디자인 전략디자인 매니저 과정, 주제발표 다수
한양대학교 대학원 디자인매니지먼트(서비스디자인) 강사 출강 중

유명근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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