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와 혁신이 수반된 체질과 지향점을 바꾸지 못하면 당명 변경은 헛수고다. -

미래통합당 당명 변천사와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미래통합당 당명 변천사와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미래통합당이 지난 4·15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당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이름은 '국민의힘'이라고 한다.

통합당이 국민 다수의 상식에 부합하는 건실한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통합당은 물론이고 한국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출범 7개월도 안 돼 간판을 바꿔 달겠다는 통합당에 대해 국민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마치 '당명 수난사'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당명은 주로 진보 중도 진영의 정당이 써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야당이 '국민의 힘'이라는 새 당명을 채택한 데는 변화에 대한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통합당은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 이후 '민주자유당' (1990), '신한국당'(1995), '한나라당'(1997), '새누리당'(2012), '자유한국당'(2017), '미래통합당'(2020) 등 숨 가쁘게 이름을 바꿔 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만 벌써 세 번째 간판 교체이기도 하다.

통합당은 최근 집권 여당의 오만과 독주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지만, 2주 전 통합당 지지율이 4년 만에 민주당의 지지율을 역전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보수 집단이 참여한 8·15 광화문 집회를 전후로 양당 지지율은 또 다시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나기 시작했다.

거의 궤멸 수준에 가까웠던 지난 4ㆍ15 총선 결과 이후 통합당은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명문화하고, 국회의원 4연임 제한 추진과 피선거권 연령 18세로 하향 조정 등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될 정강정책을 채택해 중도층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해왔다. 또한, 이번 8·15 광화문 집회에 당 차원에서 참여하지 않는 등 소위 강성 아스팔트 우파들과는 거리를 둬왔다.이번 당명 개명에 대해 '국민'이라는 표현에 지나치게 얽매여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당장 새 간판을 마주한 소속 의원들의 평가는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고, 국민의당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마뜩잖은 시선이 쏟아지는 등 당명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국민의힘'과 비슷한 이름의 사례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김호일 전 의원이 띄어쓰기가 추가된 '국민의 힘'이란 이름으로 창당했다가 한 달 만에 해산한 적이 있고, 해외에서는 브라질 중도좌파 성향의 선거연합(Coligacao Com a Forca do Povo·2010∼2016년)으로, 우리말로는 '국민의 힘과 함께'다.

상대당인 민주당에서 조차 당명에 대해 조롱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SNS에서 "'국민의힘'은 명백한 이름 훔치기"라며 "17년 전 결성한 우리 시민단체 '국민의힘'이 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에 유감이고 불쾌하다"고 말했고, 이외에도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빼끼기(베끼기) 대왕? 부결될 듯"이라며 도용 의혹을 제기했고, 최민희 전 의원은 "국민의힘은 노사모가 분화하면서 명계남 선생과 정청래 의원이 만들었던 단체"라고 비난했다.

아무리 우연의 일치로 본다고 해도 당명 개정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사전 조사가 미흡하거나 90년대 '꼰대 운동권' 이미지가 너무 강한 느낌을 주는등 '정치적 감수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날 선 지적이 높다.

실례로 통합당 비대위가 새 당명 관련 의견수렴을 위해 소집한 온라인 의원총회에서는 한 3선의원은 좌파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003년 설립한 정치단체 '국민의힘'을 일컬음)가 썼던 이름을 당명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당이 이름을 바꾼다는 건 나름의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명은 그 당의 전통과 정체성, 시대정신, 이념, 추구 가치가 담겨야 하며, 국민의 이목을 잠시 끌려는 이벤트성이거나 무늬만 바꾸는 임시응변의 책략이 돼서는 안 되고, 변화와 쇄신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냐는 점이다.

'국민의 힘', 왠지 '가치'와 '성찰'이 없는 당명 같이 들린다. 

국민(國民)은 전혀 새로운 당명 어휘가 아니다. 국민당은 정주영, 이인제 등이 만든 것들도 있었으며 현재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있어 어찌보면 안철수 당 측과 보수당 지지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일방통행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한 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면 이름이 최소 100년은 갈 수 있어야 하는데, '국민의 힘'은 과연 얼마나 길게 갈지 의문이다.

장수 당명을 위해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명 개명의 기대효과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대체적으로 회의적이란 평이 많다. 과거보다 사정은 더 절박한데 동력은 약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력이 약해보이는 것은 제대로 된 대권후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침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44명(응답률 5.1%, 4만9,831명 접촉)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24.6%로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보다 3.7%p 상승한 23.3%로 2위를 기록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보다 2.7%p 하락한 11.1%로 3위로 나왔다. 그 뒤를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5.9%, 홍준표 무소속 국회의원 5.0%오세훈 전 서울시장 4.7%, 황교안 전 총리는 2.9%로 통합당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두 자리수를 기록한 후보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런 사실이 통합당의 민낯이고 현주소이다.

시대를 이끌어갈 제대로 된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후보 조차 없는 상황에서 매일같이 당명을 바꾼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민은 당명으로 위기를 넘기겠다는식의 얕은 꼼수나 겉치레에  결코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국민의 힘'이란 브랜딩의 성공여부는 제대로 된 대권후보를 언제 어느때에 잘 찾아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대은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