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평등, 절차의 공정, 결과의 정의’와는 거리가 먼 추 아들 병역 특혜 -

이토오 히로부미를 척살해 재판받고 있는 32살의 영웅 청년 안중근 의사
이토오 히로부미를 척살해 재판받고 있는 32살의 영웅 청년 안중근 의사

 

21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 특혜 문제를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국감 때가 되면 여야 간에 치열한 ‘입법 전쟁’도, 송곳 같은 예산 심의도, 국정감사장에서 정부 각 부처를 향한 '한방·한수'로 의원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지만 추 장관 아들 논란으로입법부는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날이 지나 가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의혹들, 얼토당토않은 언행으로 총력 비호하는 정권 행태 등 '조국 사태'와 '추미애 사태'가 판박이처럼 닮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의 원인은 조국 사태로 나름 재미를 본 야당의 끈질긴 추적이 아니라 바로 추 장관 본인과 그를 비호하려는 여당 정치인들의 '헛발질'이다.

사건 초기부터 처음부터 차라리 "모정이 불러온 실수"라고 솔직하게 사과했으면 간단하게 끝낼 수 있었건만 추 장관도 민주당도 모두 화를 불러일으키는 우를 범해 단순한 사과로 얼버무리겠다는 국면을 훨씬 넘었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 엄정해야 할 군과 민주당은 사건의 진실을 외면하고 추 장관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말도 안 되는 과잉논리로 '서 일병 구하기'를 자처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일례로 여당의 원내대표는 "카톡으로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고 하는 등 휴가 특혜가 드러나도 문제없다는 식이고, 국방부 장관은 “저희가 자료가 없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국회에서 말을 번복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등 군의 기강과 명예,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마침 지난 8개월 동안 사실상 수사를 방치한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뒤늦은 압수 수색에 폐기됐다던 녹취 파일은 되살아났다. 당초 녹취 파일은 보관 기간인 3년이 지나 국방부 콜센터 저장 체계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진 추 장관 아들 서 씨의 휴가 연장 민원에 대한 녹취가 서버에 남아 있다고 한다.

국방부는 그동안 서씨의 휴가 연장, 군 병원 요양심의위 심의 생략 등이 모두 국방부와 육군 규정에 비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혀 왔지만 녹취 파일 확보로 은폐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녹음 기록은 추 장관 부부 중 누가 어떤 민원을 제기했는지 밝혀 줄 주요 증거 자료다.

국가와 민족이 아닌 일개 추 장관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의 군이 이렇게 망가져도 되는 건가. 이러니 국방부가 추미애 지키는 '추방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최종 수사 결과를 믿게 하려면 정부 당국자나 기관이 은폐·조작에 관여하거나 동원됐는지 여부도 철저하게 가려야 한다.

인터넷 댓글에는 '우리도 전화로 휴가 연장하자'는 젊은 장병들의 조롱과 야유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도 민주당 인사들의 옹호 발언이 충성 경쟁하듯 도를 넘어섰다. 물론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국민 정서를 자극할 정도로 상식에 어긋나는 궤변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추 아들의 군 복무 중 특혜 휴가 의혹에 대한 진실 여부는 사라지고 진영논리 이외엔 어떤 주장도 발붙이기 힘든 상황으로 변질 된 것이다.

우상호 의원의 '카투사는 편한 부대', 정청래 의원의 '김치찌개 청탁', 황희 의원의 의혹을 제기한 '당직병의 단독범' 발언, 윤건영 의원의 가족이 국방부에 전화한 게 청탁이면 '동사무소에 전화한 모든 것이 청탁', 홍영표 전 원내대표의 '쿠데타 세력의 국회 공작', 박성준 원내대변인의 '안중근 의사의 뜻을 몸소 실천한 것'등의 궤변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추 장관을 억지옹호하려다가 밑천이 드러나 민심의 역풍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망언은 안중근 의사 발언까지 인용한 대변인 논평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서면브리핑에서 "추 장관의 아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가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위국헌신군인본분'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중국 뤼순 감옥에서 남긴 유묵(遺墨)에 있는 글이다.

아무리 충성경쟁을 한다손 치더라도 특혜를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둔갑시킨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차라리 추 장관 아들이 위국헌신했으니 '태극무공훈장'을 주라고 하는 것이 낫다.

박 의원이 비하한 안중근 의사는 지금으로 부터 111년 전 하얼빈역에서 풍전등화(風前燈火)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나라를 송두리째 집어삼키려는 적국의 지도자인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하고 순국하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영웅이다.

안 의사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이 있었기에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군 투쟁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됐고, 마침내 대한민국은 해방의 기쁨을 맞이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방아쇠를 당기고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안 의사의 의거야 말로 나라를 위해 몸 바치는 것이야 말로 바로 '위국헌신'(爲國獻身)의 표상이다.

반면 같은 당 소속 박용진 의원이  "군대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이 갖는 허탈함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불공정한 케이스가 있다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쪽으로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모범답안'을 제시 했다가 친문 지지자들로 부터 '총질'을 당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쯤되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른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와 다름 없다.

민주당은 뭐가 그리 급한지 자충수를 계속 두고 있다. 지금은 검찰 수사를 지켜볼 때다. 야당이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 있다면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여론 법정을 열어도 늦지 않다.

아마 추측컨데 민주당은 추 장관이 낙마하면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윤석열 검찰'의 정략적 정권 수사 재개 등 역공을 불러와 文 정권의 조기 '레임덕' 위험을 걱정하거나 추 장관 문제에서 물러섰다가는 지지층 분열 등으로 당장 발 등에 불 떨어진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년 후에 있을 3월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싸여 있다.

하지만 이는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사고에 불과 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고 독주하다가 측근인 최순실 사태로 민심이라는 촛불 앞에 처참하게 무너졌던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은 것 같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구별 득표율은 평균적으로 불과 2% 포인트 안팎의 득표율 차로 당락이 결정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해서, 민주당이 여당 노릇을 잘해서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적 상황을 잘 극복해 민생경제를 살려놓으라고 민주당에 과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준 것이다.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국정 최고 책임자인 문 대통령의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장시간의 침묵은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비위(非違)를 옹호한다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기회의 평등', '절차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외쳐온 문재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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