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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저평가”… 폐쇄 판단은 유보

김대은의 새롬세평(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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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저평가”… 폐쇄 판단은 유보
  • 김대은
  • 승인 2020.10.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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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원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했을 때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사실이 20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 결과는 국회가 지난해 9월 30일 감사원에 감사 요구를 한지 386일 만에 나왔다. 당초 감사 시한은 지난 2월 말이었으나 정치권의 외압과 조사대상 정부 기관의 방해가 계속된데다 내부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은 탓에 결과 발표가 8개월이나 늦어졌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공무원은 감사원의 현장 감사 착수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1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444개 파일을 삭제했고, 이메일과 휴대전화 자료도 지웠다고 하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는 지난 2018년 6월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에 폐쇄키로 결정한 근거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지만 감사 결과는 판매단가·인건비·수선비 산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최재형 감사원장조차 이번 국감에서"감사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라고 토로했을 정도로 정치권의 간섭과 압력,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 피감기관들의 조사 방해가 너무나 극심해 과연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은 유보했다. 하지만 감사원장의 의지가 없었다면 이 정도의 결과마저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월성 1호기 폐쇄과정은 발단부터 감사 결론까지 모든 과정이 '국정농단' 전형이다.

감사 보고서에는 기술되지는 않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청와대의 직간접적 지시로 인한 것이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한마디로 청와대의 눈치를 본 산업부가 '개입'하고 한수원은 '수용'했다는 애기다.

이번 감사는 다른 원전의 폐쇄를 비롯해 정부의 향후 탈원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덕회계법인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는 작업이 돼 씁쓸하다"는 이메일을 한수원 인사에게 보냈다는 것 자체가  불법(不法) 공작(工作)의 자백이자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 2명에게만 징계를 요구했고,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은 공직 진출 시 불이익,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는 누가봐도 명백하게 잘못된 처분이며, 감사원이 조기 폐쇄의 타당성 판단을 유보한 것도 잘못이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무엇을 감추려 엘리트 공무원들까지 가담해 그런 일을 저질러야 했을까. 공무원 몇 사람에 의해서 은폐되고 조작된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서부터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원 팀이 된 조직적 범죄라고 비판을 받을수 있다.


특히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관련 공무원이나 한수원 관계자들이 정부 재산 가치를 고의로 낮게 평가했다면 간과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타당성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재가동을 위해 7000억원이라는 거액의 혈세를 들여 설계수명을 늘린 원전시설을 잘못된 평가로 3년이나 일찍 폐쇄했다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범죄 행위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번 감사 결과를 '탈원전 정책은 문제없다'는 '내로남불'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심각한 '난독증'이자 '견강부회'(牽强附會)다.

감사 결과에 대해 당장 야당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이 국민적 손실을 초래했다며 즉각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고, 반면 여당은 조기 폐쇄가 적절했다며 '에너지전환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맞서는 등 정치권의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즉각 국정조사를 통해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과 추가 혐의를 밝혀내고,특별검사도 추진해 월성 1호 조기 폐쇄뿐 아니라 탈원전 정책 전반에 걸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는 번영하지 못하고 추락한다.

신뢰의 '신(信)' 자가 사람(人)과 말(言)의 일치로 되어 있는 것에 깊은 함축이 있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고, 믿음을 상실한 통치자가 펴는 정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거짓말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거나 염치없는 행위들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고 허용되면서 인간 사회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풍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현실이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