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 사례 분석

최근 주요 글로벌 ICT기업들이 웨어러블 디바이스, 가상현실 등을 선보이면서 인간의 몸과 능력을 일부 대체하거나 이를 증강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들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문화비평가, 매체철학자를 포함한 일부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인간의 신체능력이나 인지능력과 직결된 이러한 기술 트렌드의 등장에 대해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포스트휴먼 기술’이란 말 그대로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거나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 기존의 인간 존재양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단순히 서비스제공자 또는 기술개발자의 관점을 넘어 인문사회과학적 접근과의 보다 폭넓은 접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도환)의 ‘포스트휴먼(Post-Human)시대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인문사회 학제간 연구’ 보고서는 최근의 ICT트렌드를 바로 포스트휴먼 기술로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주체의 역할 변화에 주목했다. 특히 구글 글래스, 모바일 헬스케어와 같은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사례분석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이 점차 고도화되는 양상을 포착했다.

구글 글래스의 경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융합시키는 기술적, 매체적 특성 뿐만 아니라 인간의 현실감각 및 공간감각을 증강시키는 인터페이스 전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것이고, 모바일 헬스케어의 경우도 스마트 모바일이라는 기술을 매개로 한 원격의료의 정책문제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기술수용, 건강정보 등에 대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인식 차이라는 현실적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태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첫째,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과 같은 포스트휴먼 기술의 특성을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개념화할 경우 인간의 인지적, 신체적 역량과 기술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4가지로 유형화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포스트휴먼의 철학적․이론적 논의에 기초하여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외화(exteriorization)’ -> ‘내화(interioization)’-> ‘상호변환(transduction)’이라는 다차원적 진화의 관점에서 정리하여 인간중심적 기술생태계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여기서 ‘외화’는 기술이 ‘증강(augmentation)’ 등의 방식으로 인간의 행위를 표준화된 단위로 분절화한다는 것이고, ‘내화’는 기술이 ‘신체규율화(body-discipling)’, ‘소프트웨어화’ 등의 방식으로 인간의 몸속에 내면화된다는 것이며, ‘상호변환’은 ‘네트워크화된 사이보그’와 같이 인간과 기술이 통합적으로 소통하는 상태를 말한다.

보고서는 이같은 포스트휴먼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도전 앞에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을 주장했다. 왜냐하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최근 ICT혁신의 파급효과가 단순히 물리적 시스템 변화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회생태계를 지탱시켜온 인간중심적 사고체계에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연구를 총괄 진행한 이원태 연구위원은 “포스트휴먼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상황을 인문사회적 지식과 상상력을 통해 규명함으로써 ICT융합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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