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개월 연속 매출 증가...따이공 수요로 외국인 매출 크게 늘어
- 송객수수료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숙제'...매출 회복·재고 소진에 의의

지난달 1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1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데일리그리드=이준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면세업계가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를 앞두고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본격화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따이공(중국 보따리상)들이 하반기 들어 활동을 재개하면서 국내 면세점 매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4840억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33.8%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1월 이후 월별 최고치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기별로 봐도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다. 국내 면세점 3분기 매출은 4조1796억원으로, 2분기 매출 3조1176억원보다 1조 이상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엔 월별 매출액이 전년 수준인 2조원대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2180만원으로 처음으로 20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1890% 급증한 수치다. 이전 월별 최고치는 지난 8월 1843만원으로 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면세점 월별 외국인 매출액 변화 [사진=한국면세점협회]
국내 면세점 월별 외국인 매출액 변화 [사진=한국면세점협회]

최근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한 후 내수 진작에 나서면서 따이공들의 활동이 되살아난 데다 광군제 물량 확보를 위해 구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국내 입국과 중국 귀국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데다 격리에 따른 비용 발생, 항공료 상승 등으로 따이공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국내에 한번 들어왔을 때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처럼 따이공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면세점이 따이공이나 여행사 등에 지불하는 비용인 송객수수료 탓이다.

현재 면세점 업계는 실적 개선을 위해 송객수수료율을 높이면서 따이공 발길 잡기에 한창이다. 

실제 호텔신라 IR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액 대비 송객 수수료는 4.3% 수준이었지만 2분기에 8%, 3분기에는 16.1%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이 송객수수료율을 높이면서까지 따이공 잡기에 나선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따이공이 면세점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 면세점을 적극 지원하면서 국내 면세점 뿐만 아니라 하이난 면세점과도 따이공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찾은 고객들이 재고면세품 구매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찾은 고객들이 재고면세품 구매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1]

다만 송객수수료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도 업계는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은 물품을 대규모로 사들일수록 규모의 경제를 시현해 구매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다소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재고를 소진하고 새로 대량 사입의 과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과 달리 따로 광군제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익면에서는 회복됐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매출이 회복됐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가격리나 여행 제한 등이 풀려야 실질적인 정상 경영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백신 소식도 나온 만큼 앞으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가에서도 면세업계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상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호텔신라의 국내외 모든 사업에서 저점을 탈피하고 있으며 특히 광군제 특수를 앞두고 화장품 수요 회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 면세점 매출이 반등하고 있다"며 "신라면세점 서울 본점은 대형 따이공에 이어 고마진의 소형 따이공 비중이 20% 이상 증가하며 거래선 확대에서 우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1인당 면세점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데 따이공 1명당 구입 금액이 늘어나면서 면세점 매출도 개선되는 것"이라며 9월 중추절, 10월 국경절, 11월 광군제을 앞두고 있어 10월까지 양호한 매출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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