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와 유통구조 변화로 생산기반 변화 가져와

최근 일본에서는 가전제품을 비롯해 정밀기기,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한 일부를 일본 국내로 U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엔화 약세가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인건비 격차 축소와 일본 국내 유통구조의 변화, 생산기반 변화 등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생존전략
현재 일본기업들은 환율로 인한 차액만큼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경쟁력도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술이 바탕이 되고 있는 일본으로써는 현재의 흐름을 놓칠 리 없는 것이다. 그 흐름의 중심에 U턴이 대안으로 자리하면서 해외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의 자국으로 U턴은 올해 키워드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일본 국내로의 U턴은 몇 가지가 이유로 거론되고 있으나 무엇보다 인건비의 격차가 축소된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자국 화폐의 강세를 이용해 아시아 각국에 해외공장을 운영했지만 엔화 하락과 인건비 상승으로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중국 심천경제특구 내의 법정 최저시급은 13.3위안으로 엔화로 환산하면 260엔이다. 이와 반대로 일본의 최저시급은 오키나와 현과 고치현, 미야자키 현 등 지방에서 677엔 정도로 불과 2.6대1 수준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10년 전 해외 러시를 이었던 10대1의 차이는 달콤한 추억으로 기억될 정도로 임금격차는 기업들에게 어떠한 매력도 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일본과 달리 실질임금은 최저임금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격차가 더 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태국을 비롯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ASEAN 각국에서도 임금이 급상승되고 있는데, 엔화약세를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파나소닉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던 전자레인지와 에어컨, 세탁기를 효고 현과 시가 현의 공장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캐논도 카메라나 프린터를 일본 자국에서 생산 비중을 늘리며 2년 목표로 현재 40% 생산비율을 50%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닛산자동차는 환율차이로 인해 자국 내 생산이 오히려 해외생산비용 보다 저렴할 것으로 계산돼 해외생산을 줄이고 일본 현지에서 공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러한 흐름은 자동차 부품 메이커에서도 감지되고 있어 앞으로 생산거점의 일본 자국으로의 U턴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도 가정용 에어컨 제조업체인 다이킨 공업을 비롯해 공기청정기 업체인 샤프, 소취제 생산업체인 고바야시 제약도 중국에 있는 생산기지를 일본으로 옮길 계획을 세우는 등 본격적인 아시아지역 현지 공장 철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일본은 과거 컴퓨터와 냉장고, 세탁기, 의류품, 일용품 등을 주말에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평일 중에 배송하는 패턴이 기본적인 유통의 구조였다. 이는 가전 양판점 및 의류 체인 등 점포를 구비한 소매점의 힘이 컸기 때문으로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주말에 재고를 쌓아두고 평일에 배송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통신판매를 비롯해 쇼핑몰, TV 홈쇼핑 등 무점포 형태의 소매가 급성장하면서 유통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평일 야간에 주문이 접수되면 대도시권에는 그 다음날에 고객에게 배달되는 빠른 유통이 대세인 까닭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언제 배달되는 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통신판매업체는 신속한 배달로 타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납품업자는 당연히 고객에게 신속히 납품할 것을 요구받기 때문에 중국에서 만들고 2주 후 창고에 도착해서는 경쟁할 수 없는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이전부터 내려오는 모노쯔쿠리(일본의 장인정신)에 따르면 ‘팔리는 장소에서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다’라는 통설을 일본기업들이 따르고 있는 상황으로 보여 진다.

 

고급상품은 일본에서 생산
현재 일본기업들은 자국 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진 것을 먼저 활용한다는 것이 현재의 일본기업들의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일본기업들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확실한 선을 긋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분업화생산으로 위기를 극복해 간다는 복안인 것이다. 이에 중저가 제품은 수요 규모가 큰 만큼 중국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고, 자국 내 기술력과 인력을 활용한 제품들은 고급화를 시켜 프리미엄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원래 일본기업들은 기술 유출문제에 대해 가장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고급상품에 대한 해외생산은 하지 않았지만 더욱 보수적 생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70만 종류의 나사를 항상 재고로 가지고 즉납하는 나사 전문상사가 존재하는 등 치밀한 생산지원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일본 메이커는 고급 상품을 중심으로 신속한 대응 전략이 가능한 자국으로의 U턴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생산의 자국내 U턴이 새로운 고용 기회가 창출돼 지역경제나 관련 중소기업의 혜택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의 개선을 통해 제조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반면에 엔화 약세에 의존해 U턴을 하면 환율이 엔고로 반전됐을 때 산업공동화가 진행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KOTRA 도쿄 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일본과 같이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기업의 해외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산업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바, 법인세 세제 혜택은 물론 규제완화로 해외에 나갔던 기업을 국내로 유치함으로써 고용 창출과 산업경쟁력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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