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정구조 선택의 기로에서 지난 20년 일본을 보다

2015년 한국은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재정적자가 예상되며, 국가채무도 급증하고 있어서, 재정건전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이미 1995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경기침체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한국도 2017년 이후에는 전체 인구 중에서 생산연령층은 많고, 어린이와 고령자는 적어 고도 경제성장이 가능한 인구보너스 시대가 종료되면서 양국의 인구구조는 더욱 닮아 갈 것이라 예상된다.
인구구조와 함께 재정수지 적자의 고착화, 국가채무의 급증 등 한국의 재정이 일본과 비슷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침체, 내수부진으로 재정수입 감소
한국은 일본의 90년대와 마찬가지로 플러스 경제성장 하에서 세수 절대액이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세수계획 대비 실적이 부족하여 세수 결손이 발생한 첫 해가 2012년이며, 이후 해마다 세수 결손액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올해도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세수 절대액의 감소는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의 세수감소는 예상 밖으로 당시 큰 경제위기도 없었고, 성장률이 플러스였는데도 세수는 감소했다. 하지만 일본은 1990년 이후 부동산 버블의 붕괴와 ‘잃어버린 20년’의 경기침체로 조세수입이 감소해 왔다.
문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최근 재정수입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으며, 특히 부동산시장 침체로 재산세 세수의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재정수입은 경제성장률에 크게 좌우되는데,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에 따라 재정수입의 증가율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계속되는 투자 부진과 총 소요 생산성 하락 등에 따라 1990년대 초 외환위기 이전 7.4%에서 최근에는 3.5%까지 급락했다.
재정수입의 증가율도 2000년대 연평균 8.8%에서 최근 5.8%로 하락했으며, 조세수입 증가율도 같은 기간 8.1%에서 5.2%로 크게 하락하여 크게 위축되고 있다.

 

재정수입의 항목별 증가율과 탄성치를 비교하면, 지난 25년 동안 조세수입보다는 사회 보험료의 하락이 더 컸으며, 조세수입 중에서는 재산세의 증가율과 탄성치 하락이 두드러진다. 재산세의 연평균 세수 증가율은 2000년대 8.2%에서 최근 4.6%로 급락했고, 이는 2008년 이후 부동산 침체와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비세 증가율도 같은 기간 6.6%에서 5.2%로 하락했는데, 이는 최근의 내수부진을 반영하는 것이다.

복지지출 급증에 대한 대비 시급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복지지출의 GDP 및 총 세수 대비 비중이 급증하고 있으며, 20여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 GDP에서 차지하는 복지지출의 비중을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9.6%에 불과하여 일본의 1981년 수준인 10.7%에도 못 미치고 있지만, 1995년에 비하면 3배가량 높아지는 등 증가 속도가 빠르다.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복지지출의 비중을 일본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36.0%에 불과하여, 일본의 1981년 수준 42.0%에도 못 미치지만, 1995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아지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15년도 보건, 복지, 고용 지출도 전년대비 8.5%증가해 전체 정부지출 증가율 5.7%를 상회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세출예산의 43.0%를 국채발행에 의존하고, 국채원리금 상환액이 세출예산의 24.3%에 이를 정도로 예산의 경직성이 크지만, 한국의 국채발행 의존도는 2014년 15.2%로, 아직은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일본의 국채의존도는 1990년 9,2%까지 낮아졌으나, 그 이후 국채발행에 의존한 결과 현재의 상태가 되었다. 1990년대의 경기부진, 고령화 진전, 조세부담률 하락 등의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린 결과 국채의존도가 급속히 상승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국채원리금 상환비용이 세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981년 14.2%에서 2014년 24.3%로 상승했다. 그러나 엔화는 경화이고, 일본 국채의 6.8%만 해외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외환시장의 변동성과 리스크는 크지 않다.

이에 비에 한국은 2014년 현재 국채의존도가 15.2%로써 일본에 비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국고채 잔액의 GDP비중은 2000년 7.1%에서 2014년 29.4%로 14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 2017년 인구보너스 시대가 종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로 인해 복지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향후 국고채 발행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국채발행과 증세, 선택의 기로
현재까지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GDP비중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훨씬 건전하고 ‘국제기준’도 충족시키고 있으나, 향후 고령화의 진행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자의 급증이 예상되고 있어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관리재정수지의 GDP비중은 -1.8%, 국가채무의 GDP비중은 34.3%로서 EU의 ‘건전재정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았고, 일본에 비해서도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유의해야한다.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관리재정수지의 GDP가 -5.1%였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3.8%의 큰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적자수준을 기존의 적자수준과 비교해보면 점차 위기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 또한, 국가채무의 GDP비중은 1997년 11.9%에서 2013년 34.3%로 16년 만에 3배가량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일본은 통합재정수지의 GDP비중이 -7.1%, 국가채무의 GDP비중이 24.5%에 달해 ‘건전재정 가이드라인’을 크게 벗어났고, 일본 안팎의 우려를 사고 있다.
고이즈미 전 수상의 재정개혁 드라이브에 따라 2003년에서 2007년까지 -7.8%에서 -2.1%로 재정적자 비중이 크게 감소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래, 아베수상의 집권 등으로 ‘재정긴축과 재정개혁’ 기조는 무위로 돌아갔다. 국가채무 비중도 1997년 100%를 넘은 후 계속 증가하여 현재 24.5%에 달하고 있다.

일본은 국민 부담률이 1990년 29.5%에서 2013년 29.4%로 23년간 0.1%p 감소한 반면, 한국은 20.0%에서 26.8%로 꾸준히 올랐으며, 이로 인해 향후 재정 악화를 의미하는 국채발행과 재정 건전화를 의미하는 증세 사이에서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일본의 경우는 1990년부터 2003년까지는 국민 부담률이 감소하다가 반등해, 2013년 23년 전에 비해 0.1%p 감소해 국민 부담률 OECD 평균 34%에 못 미치며,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에 기여하고, 사회보장 기여분을 제외한 조세부담률은 지난 20여 년간 더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로만 따지면 OECD평균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치지만, 향후 급증할 복지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한국의 경우 ‘내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은 가장 나중에 하고 싶다’는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 의식이 강하므로, 행정정보의 공개와 투명성 강화를 통해 조세 저항을 줄여가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외 경기가 불안한 현 상황에서는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 개혁과 경제구조 혁신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에 매진해야 하며, 증세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추진해야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또한, 복지지출이 급증하고 의무지출과 적자성 채무의 비율도 증가하면서 재정의 건전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재정규율이 요구된다. 단기적으로는 세입 구조의 개혁이 가장 먼저 추진되어야 하며, 세원의 투명성 강화와 과세 사각지대 해소 등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용률 제고, 소득증가율 제고 등 재정의 체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박성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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