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 시대를 맞는 국내 업계 경쟁력은 열악한 실정"

최근 뉴미디어 분야에서 각광 받는 기술은 VR, 즉 가상현실이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에서 다수의 기업에 이 기술을 선보이며 관심을 받았다.

휴대전화를 움직이면 실제 방송화면이 360도로 보인다. 일반 영상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휴대전화를 움직이면 좌우는 물론 상하까지 내가 원하는 부분을 골라볼 수가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머리에 쓰는 전용 장비를 이용하면 시선이 움직이는 대로 실제 영상이 바뀌기 때문에 현장에 와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발표 행사는 VR 즉 가상현실에 초점을 맞췄다. 행사는 파격적으로 360도 동영상을 상징하는 사방이 뚫린 중앙 무대에서 진행됐다.

참석자 5천 명에게 가상현실 헤드셋을 나눠줘 제품 소개 동영상을 무대 위 스크린이 아닌 360도 VR로 직접 체험하게 했다.

행사장에 깜짝 등장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VR이 미래의 소통 수단이 될 거라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우리 모두 우리의 삶을 (VR로) 중계방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우리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360도 동영상 카메라 LG 360캠과 VR기기 360VR을 공개했다. 기존 VR 기기에 비해 훨씬 작고 가벼워진 점이 눈길을 모은다.

김홍주 LG전자 상품기획 담당 상무는 “우리가 추구하는 VR은 생활 속에서 가볍게 즐기고 공유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그런 VR을 이번에 소개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이런 VR 기기와 연동이 가능한 신형 스마트폰도 나란히 공개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S7은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성능을 설명했다.

LG전자 G5는 스마트폰 밑부분을 분리한 뒤 그 자리에 다양한 확장기기를 끼울 수 있도록 한 모듈 방식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애플은 비밀리에 개발팀을 운영하며 이달 초 가상 현실 헤드셋을 내놓았고, 가상현실 사업부를 신설한 구글은 올해 안에 관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VR 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게임은 가상 현실의 시작에 불과하다. 빙산의 일각이죠. 군사 훈련이나 건축물 내부 관람 등 각종 훈련과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게임을 뛰어넘는 엄청나게 많은 가상 현실 앱들이 있다."라고 밝혔다.

소니와 HTC도 주력 사업을 가상 현실로 바꾸는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앞다퉈 가상 현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MWC는 VR이 정체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산업을 다시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줘 의미 있는 행사란 평가다.

가상 현실은 단순 오락을 넘어 군사와 상업, 교육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하고,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력도 큽니다.

하지만 가상 현실 시대를 맞는  국내 업계의 사정은 열악한 실정이다.

특히 부가 가치가 높은 가상 현실 콘텐츠 개발은 주로 중소 업체들이 담당하면서 제작 기반이 부실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개 회사들이 수많은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각개 대응하면 VR(가상현실) 콘텐츠의 하청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가상현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인력 양성과 제작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협력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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