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대는 빠르게 가고, 그 빈자리를 채울 다음 세대는 빠르게 온다.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가 이룬 물적. 정식적 토대 위에서 삶을 펼쳐 나가게 된다. 이에 따라 현세대는 활동은 다음 세대의 투자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여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것은 세대의 지속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0대들은 양성 평등 인식이나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중국, 일본과 함께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적인 존재로 인정받고자 하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집단에 융화되고자 하는 성향이 공존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실생활에서는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양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율과 동조 강하게 나타나

세계 가치관 조사협회(The World Values Survey Association)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 중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미국 결과 값을 분석한 결과 값을 대상으로 자율과 동조, 여가 등 총 7개의 가치관 키워드를 추출해 LG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은 평가가 나왔다.

서구 사회에서는 자율과 자기표현, 개성 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반면, 동양 사회는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율을 중시하는 태도 면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서구 청년들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갖고 방법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항목에 대해 ‘나와 비슷하다’고 하는 긍정 응답률에서 한국의 20대(74.4%)는 중국(67.9%)과 일본(45.9%)보다 높고, 미국(71.6%), 독일(79.1%)과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동일한 항목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09년 긍정 응답률이 한국은 62.0%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자율을 중시하는 성향이 뚜렷하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 중국의 20대는 여가생활에 대해 같은 아시아권 국가들의 20대와는 달리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동조와 순응을 측정하는 설문인 ‘다른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을 피하고, 항상 올바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질문에 대해 ‘나와 비슷하다’고 하는 긍정 응답률은 한국이 70.3%로 중국과 일본, 독일, 미국 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05년부터 2009년에 실시한 동일한 질문에서는 76.4%로 더 높았지만 여전히 높게 나타나 남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과 미국의 20대는 자율을 중시하되 상대적으로 타인과의 동조를 원하지 않고, 일본의 20대는 자율과 동조 모두 크게 원하지 않는 반면, 한국의 20대는 자율과 동조를 동시에 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한국의 20대는 스스로 자율적인 존재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집단에 융화되고자 하는 욕구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율에 대한 욕구는 과거 대비 증가하고, 동조에 대한 욕구는 과거에 비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생활 중시 뚜렷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각국 20대들은 모두 여가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가생활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합니까?’라는 물음에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률은 중국을 제외한 한국, 일본, 미국, 독일 4개 국가에서 90% 이상으로 조사되었고, 이중 한국이 95.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참고로 중국은 79.1%, 일본 93.6%, 독일 91.2%, 미국 89.6%로 조사되었다.

여가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을 세분화하여 보았을 때 ‘대단히 중요하다’는 의견은 일본이 60.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뒤를 한국이 41.5%, 독일 40.6%, 미국 37.4%, 중국 29.8% 순을 보였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여가에 대한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과거 20년간 추세로 보면, 여가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 한국의 20대는 자신은 세계 시민이라 생각은 하고 있지만 정작 실생활에서는 외국인의 접근을 부담스러워 하는 등 이중적 모순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1999년까지의 조사에서는 55.5%였으나 이번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조사에서 79.1% 수치가 늘어난 점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타인의 희생이 부를 만든다’ 의식 강해

5개국의 20대들은 부(富)에 대해 ‘함께 더 잘 살 수 있다’는 생각보다 ‘다름 사람의 희생 위에서 더 부유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라는 항목에 긍정 응답 비율은 5개국 모두 40%를 넘지 않았다. 나라별로 보면 일본이 11.5%로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독일 16.5%, 한국 22.1%, 미국 27.8%, 중국이 38.9%로 5개국 중 높지만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이 질문은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만 부유해질 수 있다’는 항목과의 사이에서 자신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의 정도를 표시하는 형태의 질문이다. 그 값이 낮아질수록 ‘부유해지는 것은 다른 사람의 희생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설문 항목은 ‘부의 파이 자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지에 대한 기대’를 알아보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고성장 시기를 거친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높은데, 일본과 비교했을 때 긍정 응답률이 3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도 2005년부터 2009년에 비해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라는 항목에서 긍정 응답 비율이 낮아지며, 전반적으로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긍정적 분위기는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라는 물음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중국이 54.3%로 가장 높았으며, 미국이 46.3%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43.0%로 나타나 독일과 일본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순서는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는 질문의 긍정 응답률 크기의 순서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과 성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는 아시아권에서 일본이 가장 낮게 나타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가장 뚜렷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신뢰도는 동서양 국가 간 차이 확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신뢰로 대변되는 ‘사회적 자본’지수의 크기가 회원국 32개국 중 29위로 최하위권 국가이다. 5개국 20대들의 대인 신뢰도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이러한 부분에 대해 신뢰의 개념을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와 이웃에 대한 신뢰도,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로 구분하여 분석이 이루어졌다.

분석 결과 5개국 20대의 신뢰도 값은 신뢰의 대상에 따라 동서양 국가 간에 분명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보편적으로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다’라는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를 측정하는 항목에는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한 값에서 중국과 독일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 32.2%로 56.7%를 기록한 중국과 48.1%의 독일 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신뢰의 대상을 구분하면 다른 해석도 가능해 진다. ‘당신의 이웃을 얼마나 신뢰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긍정 응답율은 일본이 34.5%로 가장 낮게 나타나 개인주의 성향이 뚜렷했고, 한국이 56.3%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72.8%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을 얼마나 신뢰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동서양의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한국과 중국, 일본 20대 모두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 대비 낮은 반면에 독일과 미국의 20대는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56.7%, 독일이 50.6%로 높은 반면에 한국은 31.3%, 중국 9.7%, 일본 13.9%를 보인 점에서 동양인은 타국에 대한 배타 의식이 강한 면을 보였다.

가장 특징적인 결과를 보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가 56.7%, 이웃에 대한 신뢰도가 72.8%로 가장 높은 반면에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9.7%를 보여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를 ANE는 항목의 경우, 중국 20대가 ‘잘 모르겠다’, ‘응답 없음’, ‘해당되지 않음’으로 답한 비중이 47.0%로 매우 높았다는 점에서, 외국인에 대한 신뢰에서는 망설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지만,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는 높다는 결과를 통해 중국의 20대들은 이웃처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글로벌 마인드 이중성 보여

전 세계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어 현재의 20대는 그 어떤 시기보다 다양한 민족과 사회, 문화를 접하고 있다. 글로벌 마인드를 나타내는 지표를 살펴보았을 때, 한국의 20대는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생각하는 반면 외국인이 자신의 생활공간 안에 들어오는 상황은 상대적으로 꺼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국의 20대는 한국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나는 스스로를 세계의 시민으로 생각한다’라는 질문의 긍정 응답률은 한국이 82.8%로 중국 59.3%, 일본 60.8%, 독일 68.3%, 미국 72% 보다 대단히 높게 나타나 스스로를 글로벌 시민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매우 강한 편이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생활 속에서 글로벌 상황을 접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다’라는 물음의 긍정 응답률은 한국이 61.0%로 중국의 89.9%, 일본 80.1%, 독일 79.8%, 미국 88.6% 보다 가장 낮게 나타나 이중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을 이웃으로 삼고 싶다’는 항목의 긍정 응답율 역시 한국이 가장 낮게 조사되었다. 반면에 중국은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생각하는 데는 가장 소극적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이웃으로 삼고 싶다는 데에는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 독일, 미국 역시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인식하는 비율에 비해서 실생활에 외국인이 함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그 정도는 중국이 가능 높았다.

양성평등인식 일본이 최저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의 차이가 컸다. ‘일자리가 귀할 때에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우선 일자리를 부여해야 한다’라는 항목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응답자 비율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값이 독일, 미국 대비 약 20% 이상 낮은 수치를 보여, 아시아 국가에는 사회생활에서 남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목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각각 38.9%와 42.3%, 24.2%로 보수성을 강하게 드러냈으며, 독일과 미국은 각각 64.5%, 67.7%를 보여 양성평등 인식은 관대한 편으로 나타났다.

양성평등 인식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20년 동안 양성평등 인식은 다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1995년부터 1999년, 2000년부터 2004년 ‘일자리가 귀할 때 여자보다 남자에게 우선 일자리를 부여해야 한다’라는 물음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응답자 비율이 이번에 조사한 수치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이중 한국은 1995~1999년에 42%, 2000~2004년 43.3%를 보여 양성평등인식은 시대가 변해도 제자리걸음 형태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 중국이 커

한국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세계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논문 수에서 중국은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이고 13위인 한국과 격차가 크다. 중국 과학의 높아진 위상은,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중국인들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 기술의 발달이 더욱 강조된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바람직하다’라고 응답한 수치를 보면, 한국이 59.6%, 중국 80.5%, 일본 61.8%, 독일 63.6%, 미국 44.2%로 중국이 20% 정도 높았다.

이번 세계 가치관 조사협회의 조사 결과와 같이 한국의 20대는 서로 모순으로 보이는 상반된 가치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을 중시하는 성향이 적지 않은 한편, 비슷한 수준으로 다른 사람과의 동조를 원했다. 또한,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서 강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부담스럽게 여겼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 이은복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20대는 다른 나라의 20대 대비 여러 가지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가치관을 동시에 가지는 한국의 20대는 소비에 있어서도 유사한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유행을 따르지만,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모습을 적극 표현하기를 원하는 개중(個衆)소비가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춤하는 현 시점에, 한국의 20대가 ‘함께 잘 살 수 있다’ 혹은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라는 믿음과 기대가 높지 않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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