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연쇄테러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한 통신 일부가 암호화돼 이들의 테러를 차단하지 못했다.

12월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복지·재활시설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2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방탄조끼를 입고 복면을 쓴 무장괴한들이 샌바나디노 시에 있는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 건물 안으로 난입해 소총을 난사할 때까지 테러범의 움직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이와 관련 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지난2월 야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휴대폰 암호화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단체의 통신 감청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앞서 애플은 고객의 사생활 보호를 근거로 미 연방수사국(FBI)이 테러범의 아이폰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FBI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고객의 개인정보를 위협할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에서의 IS 테러와 미국 캘리포니아 산바나티노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암호화와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가 사법 관계자 뿐만이 아니라 입법, 행정 관계자 간에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로 떠으르고 있다.

2014년 6월 미연방 대법원에서는 시민의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른바 릴리(Riley) 판결을 전원 일치로 내린바 있다. 판결의 내용은 체포한 범인더라도 영장이 없다면 경찰에서 절대로 수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애플에 대해 스마트폰 접근을 요구하는 미연방수사국(FBI)와 같은 기관이 있는 가하면, 미연방 통신위원회(FCC)와 같이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는 절대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정반대의 기관이 양립하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보다 통신사업자(ISP)들이 저장하고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중에는 테러범이나 특정 범죄자를 추적할 수 있는 결정적인 데이터들이 분명히 있다. 더구나 일부 테러범이나 범죄자들은 단기간 동안만 사용하는 선불식 폰을 사용하고 버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산바나티노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도 별도의 두 대의 폰이 사용된 바 있다.

따라서 암호가 걸린 스마트폰에 접근하려는 FBI 방식은 더 이상 유용하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에 IT 기업에 백도어를 요구하기 보다는 정보수집과 범죄자를 찾는데 필요한 다양한 방법들을 적극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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