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애플 제공

애플이 세계적인 기업을 상대로 서비스 제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톱 클래스 기업들과의 제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시스코, IBM, 시트릭스시스템즈 등과 제휴한데 이어 SAP와도 제휴함으로써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의 네이티브 앱과 SAP HANA 클라우드 플랫폼의 소프트웨어 기능을 연동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애플의 제휴 행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를 기존 소비자층을 넘어 기업계에까지 확대하려는 애플의 의지를 잘 드러낸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 감소로 실적부진에 빠졌다. 애플은 대형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려왔다. 이전까지 엔터프라이즈 IT솔루션 전문업체와 직접 손잡지 않고 자유로운 생태계 전략으로 접근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제휴 내용을 보면 애플은 SAP의 업무 소프트웨어에 저장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iOS용의 네이티브 앱을 제공한다. 그럴 경우 SAP의 업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고객 기업 입장에서도 iOS 기반의 모바일 작업이 가능하게 된다. 이와 함께 SAP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나 교육용 리소스도 제공된다.

SAP는 iOS용 앱과 HANA SDK의 공개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헬스케어, 리테일, 자산관리, 프로페셔널서비스 등에 초점을 맞춘 앱이 우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AP는 사파이어 컨퍼런스에서 iOS 앱을 시연한다는 계획이다.

초창기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의 라이벌이었던 애플과 IBM도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사용이 간편한 기업용 앱을 개발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IBM의 기업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다.

IBM은 애플 제품의 간편성과 대중성을 이용해 연속 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 부진한 실적을 만회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IBM은 자사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기업용 모바일 기기로 점점 더 이동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형태의 제휴관계 확대는 양쪽 기업 모두에게 이익을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제휴 기업들의 업무를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iOS 기반의 단말기 보안과 관리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기업들의 iOS 모바일 단말의 수요를 더 확대할 수 있고, 애플과 제휴한 기업들로서는 보안성이 뛰어나고 관리하기 쉬운 iOS 앱과 연동시킴으로써 고객기업의 모바일 업무처리 요구에 보다 충실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휴의 이면을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기업 세계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갖는 가장 큰 문제, 보안과 관리에 대한 언급이 매우 약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기업의 CIO들은 기업 네트워크를 향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때문에 골치를 썩었다. 이들 기기가 한껏 유행을 타버리는 바람에 고위 경영자들은 물론 나중에 가서는 일반 직원들까지도 몰래 이것들을 회사로 가져와 사용하곤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폰 및 아이패드, 그리고 이들을 거쳐가는 데이터의 보안 및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은 기업의 보안은 기업이 알아서 할 일 이라며 기업의 보안담당자들에게 무관심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SAP는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iOS의 혁신성과 보안성을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부문의 전문성과 결합할 것"이라며 "이로써 기업에서 아이폰·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방법이 완전히 새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팀 쿡은 SAP와 제휴를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지만, 애플이 기업에 여전히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iOS용 기업 레벨 매니지먼트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FBI와의 소송전에서 보았듯이 애플은 무슨 일이 있어도 OS 레벨의 기기 관리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에서 애플 제품이 거부당하고 있다. iOS 기기에 안전한 기업 환경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블랙베리가 제공하는 것과 같은 개별 수준의 통제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애플이 블랙베리 엔터프라이즈 서버와 동격이라 할 수 있는 iOS용 기업 레벨 매니지먼트 플랫폼을 개발해 제공해야 기업 담당자들이 애플의 기기들을 활용하는데 관심을 가질 것이란 지적이다.

홍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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