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 발표전엔 독과점으로 인한 폐혜가 클 것이라며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과 대비돼 눈길을 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CJ헬로비전과 합병하면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가상현실 영상 등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수익을 다시 투자해 모두 5년 간 총 5,000억원을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공정위의 M&A 불허 방침으로 사라지게 됐다. 물론 SKT가 정말 투자 약속을 지킬 것인지는 미지수다. SKT는 이전에도 몇몇 투자 계획을 밝힌바 있지만, 원안대로 투자하진 않았다.

한켠에선 M&A 성사 여부와 별개로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M&A가 불허가 된 마당에 SKT가 실익이 없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투자의 실익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의 인터넷(IP)TV 가입자는 330만여명이다. 가입자 380만여명을 둔 CJ헬로비전과 더하면 전체 가입자가 700만 이상으로 커진다. 가입자 기반이 700만은 돼야 지상파 방송사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인 KT와 경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수 무산으로 전반적인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은 현재 성장이 매우 더던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 콘텐츠 수출액은 3억7,000만달러(4,300억원)로 게임 수출액의 10%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해야 할 시점에 해법이 하나 없어져 버린 꼴"이라며 "정부가 콘텐츠 산업 발전이란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이번 인수 합병 문제를 접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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