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愼獨)

일상의 모든 일을 성심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그 일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항상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즉 잘될 일은 더욱 발전을 거듭하고, 불가능한 일은 가능하게 된다. 그것은 성심이 자신에게는 남다른 저력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남들이 신뢰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자아실현은 물론 사회성취에 있어서도 밑바탕이 되어 줄 것이다. 그러므로 남이 보든 안보든 항상 성심의 자세를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을 때 군자와 소인의 반응은 판연히 다르다. 군자는 자족해 하며 더욱 성심을 기울이는 반면 소인은 무소불위를 일삼다가 위선으로 가장할 것이다. 이 두 경우는 선과 악의 행동에서 차이가 난다.《대학》에, “내면에서 성실하면 밖으로 드러난다[誠於中形於外]”고 하였듯이 각기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순신도 평소에 언행을 근신하며 성심으로 노력한 선비이자 군자였다. 그는 전쟁의 절박한 위기상황에서도 항시 굴하지 않고 분골쇄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은 결코 위선이거나 인위적인 것이 아닌 오직 인고(忍苦)의 정신으로 승화된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일 뿐이다.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고독과 번뇌는 보통 사람이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심한 고통을 느끼며 자신만을 의존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는 일기를 쓰면서 비장한 각오를 다짐하며 하루를 성찰하고 내일을 대비했다. 그뿐 아니라, 그 가운데서 다른 장수들이 생각할 수 없는 신묘한 계책들을 내었다. 이것이 이른바 신독(愼獨)의 경지에서 홀로 최고의 지혜를 이루어낸 것이다.

1593년 7월 15일 이순신은 수군의 진영을 전라도 여수에서 한산도 두을포(豆乙浦)로 옮긴다. 식량보급의 요충지인 호남 내륙을 중심으로 방어하고 일본에서 쳐들어오는 왜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밤 이순신은 무르익은 가을정취에 그간 전쟁으로 못 느껴봤던 나그네의 회포에 깊이 젖어든다. 

“가을 기운이 바다에 드니 나그네 회포가 산란해지고 홀로 배의 뜸 밑에 앉았으니 마음이 몹시 번거롭다. 달빛이 뱃전에 들자 정신이 맑아져 잠도 이루지 못했거늘 벌써 닭이 울었네(秋氣入海 客懷撩亂 獨坐篷下 心緖極煩 月入船舷 神氣淸冷 寢不能寐 鷄已鳴矣)” 
                                                                                                                                    - 『계사일기』 7월 15일 -

한산도에 진영을 옮긴 이후 이순신은 여기서 본격적인 작전활동을 한다. 머문 첫날 홀로 배뜸 아래에 앉았는데, 달빛은 답답한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이 환하게 반겨주었다. 끝내 가을달밤의 정취는 신선한 청량감도 안겨주었다. 마치 그간의 고단함을 풀어 주는 것 같았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취해 있는데 벌써 날이 새버린 것이다. 이러한 자연과의 정신적 교감이 이순신에게는 자신의 위안이자 내일의 희망이었다.

이순신은 국가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군수품 확보를 위한 자급책 마련을 위해 연일 고심하며 궁리하였다. 이에 고육지책으로 생산자원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둔전관리부터 소금굿기, 질그릇굽기, 고기잡기 등 가리지 않고 다하였다. 그 결과 한산도 진영의 재정이 놀라울정도로 축적되었다. 원만한 진영운영과 작전수행으로 왜적을 원천적으로 방어하여 해상 제해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 모두가 절망적인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남다른 전략을 내어 성공하기까지 노력한 결과이다.

글: 노승석 이순신 전문연구가 (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노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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