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 중인 대부분의 항생제는 슈퍼박테리아 내성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제한된 항생제를 다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류충민 박사 연구팀(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기존의 독성, 내성 등으로 사용이 제한된 항생제인 폴리믹신에 항암제의 일종인 네트롭신을 혼합하여 병원 내 감염의 주범인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 슈퍼박테리아중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Acinetobacter baumannii)를 대상으로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용동은 교수 연구팀과 이 세균을 퇴치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폴리믹신” 항생제가 획기적인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폴리믹신은 1960년대 개발 후 인체투약 시 신경과 신장에 독성이 문제가 되어 사용이 제한됐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최후의 항생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다. 이처럼 효과는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어 사용이 제한된 항생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 (a) 토양 내에 존재하는 방선균을 분리한다. (b) 방선균을 배양하여 1,800개 방선균 균주로부터 배양액을 수거하여 각각 보관한다. (c) 방선균 배양액과 폴리믹신을 미생물 모델인 대장균에 처리하였다. 또한 대장균의 생사에 따라 색이 변화하는 염색약을 같이 넣어 폴리믹신B와 배양액을 함께 처리했을 때 대장균을 더 잘 죽이는 방선균 배양액을 찾고자 하였다. (d) 방선균 배양액 내에서 활성을 보이는 물질을 동정한다. (e) 시험관 내에서 선발된 물질 활성 측정. (f) 생물체 내의 활성 측정.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내 보유중인 토양 방선균* 은행으로부터 분양받은 물질을 스크린하여 항암제의 일종으로 알려진 “네트롭신”이라는 물질을 선별하고, 이를 낮은 농도(기존의 1/8수준)의 폴리믹신과 혼합처리 하여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 baumannii)균을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즉,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폴리믹신의 농도를 낮추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해 슈퍼박테리아를 정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이다.

아울러, 동물모델로 널리 사용되는 꿀벌부채명나방(Galleria mellonella)의 애벌레에 적용하여, 그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시험관 내에서 뿐만아니라 동물에서도 작용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핵심 연구 성과는 이렇다. 네트롭신은 항암제로 등록되어 있어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바로 폴리믹신 첨가제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기존에 다른 용도로 등록된 약제를 기존 항생제와 혼합처리하여 추가적인 임상실험 없이 항생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존의 독성 등으로 사용이 제한된 항생제들 또한 첨가제를 이용 그 효용성을 높이고 독성을 최소화하여 슈퍼박테리아 퇴치에 사용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류충민 박사는 “기존 약제와의 혼합처리를 통하여 ‘최후의 항생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기술의 예시를 보여준 결과로, 국가사회문제 해결을 기치로 내건 ‘글로벌프런티어사업’과 같은 국책연구원, 병원, 대학의 유기적인 공동연구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결과를 이용하여 병원 내 감염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임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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