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윤덕홍 교수 연구팀은 생체 대사물질 중 하나인 알파-케토글루타르산(α-ketoglutarate)이 줄기세포 분화 초기단계 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대사물질 조절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체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세포’ 즉 줄기세포는 어떻게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을까? 그 답은 후성유전체학(後性遺傳體學, Epigenomics)에 있다. 줄기세포의 분화 과정에서 체세포 자신만의 특이적 후성유전체적 성질을 가지게 되며 이것이 세포 특이성을 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후성유전체학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염색질의 변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발현 조절 기전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을 비롯한 후성유전체를 조절하는 많은 효소들의 중요한 대사물질 기질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대사물질들이 어떻게 세포 운명을 결정하는 후성유전학적 역동성을 조절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전무한 상태이다. 또한 분화 시작점, 즉 분화 초기 단계의 타이밍이 어떻게 조절되고 있는지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은 대사 물질의 하나로 세포 내 글루탐산 대사 과정에서 탄소 기반이 유래되고 아미노산 생합성 과정에 transamination(아미노기 전이) 반응의 중간 산물로 생성된다.

연구진은 후성유전체를 조절하는 많은 효소들이 대사물질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을 기질로 사용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핵심 전사인자 OSN이 줄기세포의 특이적 후성유전체적 성질을 조절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다. 생물정보학 관련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OSN이 효소 Psat1(Phosphoserine aminotransferase-1)**을 조절한다는 것 역시 확인됐다.

전사인자 OSN은 Oct4, Sox2, Nanog 단백질들의 통칭, 줄기세포 특성을 유지하게 하는 전사인자, 효소 Psat1은 아미노산 생합성 과정 효소 중 하나로 transamination 반응을 수행하여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을 생성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Psat1은 알파-케토글루타르산 생산을 책임지며 줄기세포의 특이적 후성유전체를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Psat1을 인위적으로 감소시키면, 세포 내 알파-케토글루타르산 감소와 줄기세포의 전분화능과 자가 복제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는 Psat1 감소에 의한 알파-케토글루타르산 감소가 분화세포에서 관찰되는 특이적 후성유전학적 특성을 유도한 것이다.

전분화능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특이적 후성유전학적 특성 : 줄기세포와 분화세포는 서로 다른 후성 유전학적 특성을 가지며 이로 인하여 두 세포 간에 발현 유전자들이 상이하게 된다.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의 양은 분화초기에 감소함을 관찰했다. 이 때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을 처리하여 세포 내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의 양을 증가시키면 분화가 지연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알파-케토글루타르산과 분화시기와의 관계는 초기에만 효과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의 양적 변화가 줄기세포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 물질로 작용함을 규명하였다. 또한 Psat1을 통한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의 조절은 줄기세포의 전분화능 유지뿐만 아니라 삼배엽*으로의 분화에도 필수적임을 확인하였다.

삼배엽(Three germ layers)은 줄기세포는 분화 과정 중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으로 분화하는데 이 배엽들은 거듭된 분열을 통하여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와 기관을 형성한다.
◌ 결론적으로 줄기세포 분화 초기 단계의 알파-케토글루타르산 생성 감소는 알파-케토글루타르산 농도에 의존적인 후성유전학 효소들의 활성을 억제시켜 세포 내 염색체 상태 변화를 유도한다.

현재까지 대사물질 연구는 생명체 에너지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영양학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생체 중요 대사물질 중의 하나인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이 줄기세포 초기 분화단계 타이밍을 결정하는 핵심 원동력이 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또한 줄기세포는 분화과정에서 대사물질 증감을 조절하여 후성유전체 변화를 유도함으로서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지고도 피부세포, 신경세포, 노화세포, 암세포 등의 세포의 위계 상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하였다. 이는 줄기세포가 Psat1 효소를 통해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을 많이 생성하여, 줄기세포 특이적인 후성유전학적 상태, 즉 염색체(染色體, chromatin)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 됨을 규명했다.

대사조절 물질을 통하여 줄기세포 후성유전체 변화를 유도하여, 신경세포 노화세포 등의 세포 위계를 조절하여 얻어진 세포를 이용하여 퇴행성 질환의 치료제, 암 등의 치료제의 개발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임영규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