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본해결

   친필본《난중일기》에는 반드시 정본작업이 필요했다. 특히 비슷한 형태의 초서로 작성되어 기존의 해독된 판본에 서로 다른 글자들의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문의 글자를 수정하여 문맥에 맞게 바로 잡는 것을 교감(校勘)이라고 한다. 본래 교감학은 서지학의 하나로서 중국 한(漢)나라에서 유래하고 청(淸)나라 때 학문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와서 교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국의 교감 이론을 인용하여 교감연구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중국의 교감학자 진원(陳垣)의 사교법(四校法)은 교감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이다. 필자도 몇 년전《난중일기》를 교감할 당시 이 이론을 인용했다. 주로 글자들을 바르게 교정하여 원래대로 복원하는 게 주 목표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한문으로 된 판본을 해석하는 것도 어려운데 판본의 글자를 바로잡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초서와 고전원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고 수십년 이상 한문문리를 터득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함부로 교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바로《난중일기》판본 상황이 그러하다.

   중국 청나라 때 학자 단옥재(段玉裁)는 “한문 문리로서 글자의 시비를 가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또한 그는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잘못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잘못한 것으로 되 버려 심각한 혼란을 초래한다.”고 했다. 이는 교감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말이다. 원문을 수정한 글자가 더 잘못되는 문제를 경계해주기 때문이다.

   바로《난중일기》판본이 그러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1795년 정조 때 간행된《이충무공전서본》난중일기는 윤행임과 유득공에 의해 해독되었지만, 편집과정에서 개작과 삭제가 이루어져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후 1935년 조선사편수회에서 간행한《난중일기초》는 친필본 전편을 다시 해독했지만, 고유명사 등의 명칭 등에서 오독이 발생하게 되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글자를 교정한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된 사례이다.

  《난중일기》원문에 대한 교감사항에는 반드시 해당 내용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내용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게 되어 학자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게 될 것이다.《난중일기》교감의 대상과 범위는 친필본의 누락, 중복, 음차자, 오자, 결자, 미상자. 미상구 및 집일(輯佚)․보유(補遺), 그리고 잘못된 표점(標點) 등이다.

  필자는 10여년 간《난중일기》 판본에 대한 교감연구를 하여 학계에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진정한 정본이란 게 요원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미상으로 처리했던 지명과 인명 등의 명칭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순신은 육서(六書)의 하나인 가차(假借)방법을 자주 사용하였는데, 한자의 동음가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음이 같으면서 다른 글자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중국 사천사범대학(四川師範大學) 관석화(管錫華) 교수는 “종합적인 분석 방법으로 문리에 근거하여 글자의 오류를 유추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교감방법에 중요한 지침이 되는 말이다. 고전의 문리를 터득한 사람만이 교감이 가능하고 바른 원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 후한(後漢)시대 마원(馬援)이 말한 “고니를 새기다가 못 이루더라도 집오리처럼 될 수는 있다[刻鵠不成尙類鶩].”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노승석 이순신 전문연구가(증보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노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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