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은 조태현(61)씨가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진료를 ㄷ받는 모습. (사진=길병원)

가천대 길병원이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이용해 첫 환자를 진료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부족한 점도 지적됐다.

길병원은 5일 대장암 3기로 진단돼 복강경 수술을 받은 61세 남성 조모씨의 상태를 왓슨에 입력한 결과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었고, 이런 왓슨의 조언은 의료진의 의견과 100% 일치했다고 말했다.

환자는 지난 11월 9일 개인병원에서 대장내시경조직 검사 및 복부단층촬영 후 같은 달 14일 가천대 길병원 대장항문외과에 내원해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2일 후인 16일 3차원(3D) 복강경 우결장절제수술을 받고 수술 6일째 퇴원했다. 그러나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암세포를 제거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 항암치료가 필요했고 이에 왓슨 암센터를 방문하게 됐다.

왓슨이 참여한 다학제 진료는 남아 있을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보조 항암 치료가 핵심이다. 다학제 진료는 백정흠 대장항문외과 교수(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 기획실장) 주도 아래 왓슨 코디네이터, 병리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교수 등 의료진이 참여했다.

왓슨 코디네이터는 왓슨에 환자 나이, 몸무게, 전신 상태, 기존 치료 방법, 조직 검사 결과, 혈액 검사 결과, 유전자 검사 결과 등 정보를 입력했고, 왓슨은 입력 정보 기반으로 조씨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왓슨이 제시한 치료 방법은 다학제 진료를 통한 의료진 결정과 동일했다. 왓슨은 290여종의 의학저널과 전문 문헌, 200종의 교과서, 1200만쪽에 이르는 전문 자료를 분석했다. 여기에 전문 의료진 수십명의 의견도 더해졌다.

조씨의 주치의인 백정흠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기획실장은 “조씨가 3D 복강경 대장절제술로 전이가 예상되는 주위 림프절 등을 포함해 암을 제거하는 근치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과 나이, 조직검사, 유전자검사 결과 등 다양한 정보를 왓슨에 입력했다”며 “왓슨은 혹시 모를 잔여 암세포를 제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 의료진의 의견과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기획실장은 “의료진 역시 왓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진료 서비스를 정확하게 제안한다고 평가했다”며 “대부분의 환자도 왓슨이 신뢰성 있는 진료를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점도 있었다. 대장암 등 일부 암에서는 효과가 높은 치료 방법을 공개했지만, 상당수 암 치료 분야에서는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 교수는 “왓슨은 치료 과정에서 최고의 보조 수단이며, 문화와 현실에 따라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 `왓슨 닥터` 수준은 아직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몇 차례 더 검증 작업을 거친 뒤, 미국과 일본처럼 사람 의사가 진단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활용할 예정이다. 왓슨이 자리를 잡으면, 시판되는 치료 약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임상 시험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경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