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컨설팅 전문 기업인 비투엔컨설팅의 조광원 사장(사진)과 점심식사를 함께하기 위해 영등포에 위치한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바람이 제법 서늘한 가을 기운을 머금은 9월 중순이었다.

가을엔 IT기업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무척 바쁜 시기로 알려져 있다.

오전에 국방부 산하기관의 전산실 담당자를 만나고 회사로 돌아온 조 사장은, 갔던 일이 잘 풀린 탓인지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며 “약속을 잊지 않으셨군요”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시느라고 고생하셨어요. 고객사를 방문해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스케줄 외에 생겨서, 아침부터 이것 저것 바빴어요. 그래도 점심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요즘엔 밥 한끼 먹는 것도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합니다.”

조 사장과는 약속 날짜를 고민해서 잡았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일정을 소화하느라 시간을 내는 것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약속도 고객사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면 어그러질 뻔 했다.

그래도 조 사장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왔고, 그 덕분에 그런 대로 용케 약속을 위한 시간이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창업 후 벌써 5년이 되었고, 해마다 매출 성장률이 두 자리 수를 유지해온 탓에 비즈니스가 안정궤도에 들었지만, 조 사장은 여전히 바쁘다고 했다.

- 고객사에 들어갔던 일은 잘 해결하셨나요?

“최근 의미 있는 국방 사업을 수주했는데, 고객사의 고위직이 사업과 관련해 갖고 있었던 몇 가지 의문점을 풀어주기 위한 방문이었어요. 다행이 모든 것이‘클리어’하게 해결됐습니다.”

몇 해 전 19명의 소규모 컨설팅 인력을 주축으로 강남에서 사무실을 임대해 사업을 시작했던 비투엔컨설팅은, 지금은 컨설팅 업체로는 결코 적지 않은 인력인 53명으로 식구가 훌쩍 불었다.

또한 현금흐름을 포함해 재무구조도 탄탄해졌고, 특히 2년 전엔 200여평 규모 사무실을 회사 소유로 마련하는 등 우량 중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 컨설팅 전문 업체로선 규모 면에서 결코 적지 않은 조직을 운영하고 있고, 외부엔 업무분장도 잘 된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장에선 여전히 사장님의 지명도가 필요한가요?

조광원 사장은 육군중앙전산소, 환경처, 쌍용컴퓨터, 오라클 등에서 오랜 기간 현장 경험을 거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데이터 컨설팅 방법론을 담은 서적과 논문을 출간한 경험도 다수 갖고 있고, 인기 온라인 동영상 강좌 강사로 인기도 높아, 데이터 업계에선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2년 전부터는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 IT-MBA 인기 강좌의 겸임교수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기자는 그야말로 데이터 분야의 저명인사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비투엔의 컨설팅 소속 임직원의 실력은 업계 최고라고 보면 됩니다. 오랜 업력과 열정을 가진 이들은, 여전히 현장에 항상 몸을 담고 있으며,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회사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저보다도 오히려 풍부하면서도 섬세한 컨설팅 노하우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자면, CEO가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풀어줘야 할 항목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을 방문해 직원이나 혹은 고객들에게 적지 않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일주일 중 출타를 하지 않는 날은 평균 하루나 이틀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저런 대화가 길어지고 점심시간을 한참 넘긴 터라, 사무실 근처에 있는 일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계속 이어 나가기로 했다.

식당에 도착해 음식 주문이 끝나자 잠시 정적히 흘렀다. 앞으로 해야할 얘기를 서로 머리 속으로 정리하는데 얼마 간의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조 사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회사에서 보내는 하루 역시 외부에서 보내는 일정만큼이나 바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내부 조직을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고, 회사의 단기 수익 혹은 장기 발전 방안에 대한 여러 가지 의사 결정을 집중적으로 내리는 바쁜 하루라고 말해주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말해 줄 것을 청했다.

“비투엔컨설팅은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인 만큼 신속하면서도 유연한 경영을 위해 필요한 의사 결정 사안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결정 항목들은 고민의 수준을 넘어, 고독한 것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요.”

그가 쓴 용어 중‘고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풀이해달라고 졸라 보았다.

“중요한 의사결정의 최종 결단은 CEO가 하는 것이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감은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결단을 내려야 할 것들 중엔 때론 밤잠을 못 자며 피를 말려야 겨우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선택으로 인한 성공확률이 50%인, 그러니까 어떤 선택을 해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것 같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도 며칠씩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경험을 감내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려운 삶은 아니냐고 질문했더니, 조 사장은 이런 긴장의 연속인 삶을 CEO로서 오히려 즐긴다며 말 끝에 한바탕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기업이 처한 환경은 어쩌면 전쟁터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좋은 무기와 이를 잘 다룰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반대편과 맞서는 것. 그리고 패하지 않고 반드시 성취해야 할 승리, 불현듯 찾아오는 시련 앞에선 오뚝이처럼 일어서서 재차 열정을 쏟는 것은 기업인의 숙명과 같은 것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당당히 즐겨라란 익숙한 표현이 있는데요. 저는 피하거나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것보다는 즐기는 편을 선택했나 봅니다.”

조 사장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고, 말을 맺은 얼굴엔 자신감이 미소를 타고 흘렀다. 그런 그의 모습엔 기자가 이해할 수 없는 달관한 자의 어떤 심오함이 깃들어 있었다.

CEO로서 조 사장의 근황을 다룬 얘기는 여기까지다. 이어지는 글에선 “데이터 품질관리의 중요성”이란 다소 기술적인 주제를 인터뷰 내용으로 다루기로 한다.

<데일리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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