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배두환 KAIST 전산학부장

▲ 사진=배두환 KAIST 전산학부장 사진
인터뷰: 배두환 KAIST 전산학부장
대담: 백진욱 안산대 금융정보과 교수

<인터뷰>

※ 인터뷰는 자유로운 대담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내용 중 일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과 수정을 거쳤다.

* 소프트웨어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이다.

백진욱> 정책 키워드에서 소프트웨어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배두환> 소프트웨어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시스템 대부분에서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 소프트웨어를 강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최근의 무인 자동차 사례에서도 소프트웨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배두환> 특히 상품, 시스템 또는 서비스의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역할로서, 소프트웨어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점차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지 못한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백진욱> 4차 산업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나요?

배두환> 4차 산업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산업이 정보기술, 특히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산업 간 연계 및 융합,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키워드로 말하면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새로운 산업혁명입니다.

백진욱> '소프트웨어가 4차 산업의 중심이다'는 말씀이지요?

배두환> '소프트웨어는 4차 산업의 기본이다'로 정리하겠습니다. 자동차를 생각해봅시다. 엔진을 잘 만드는 기술이 특별하다고 인정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그 기술이 경쟁력의 우위를 전적으로 담보하지 않습니다.

배두환> CPU, 하드웨어, 통신 장치를 포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고부가가치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서의 중요한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술로 경쟁을 논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결국 소프트웨어의 역량이 경쟁력의 기본이 된 것입니다.

배두환>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것 같아서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백진욱> 국내외에서 한국의 성장 동력은 꺼져가고 있고 남미형 경제 구조가 될 수 있다고까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준비 상태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이 일본(12위), 대만(16위), 말레이시아(22위)보다 낮은 25위라고 지난 2016년에 분석했다. (전자신문, 2017.01.12.)

배두환> 독일에서의 경험을 조금 더 하겠습니다. 독일 회의에서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 대비한 총괄부서의 필요성을 논하면서 한국의 대응에 관심을 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유사한 부서인 정보통신부를 90년대가 만들었습니다. 부서는 상황에 따라 없어지고 새로 생길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당시에도 혜안이 있었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합니다.

배두환> 그만큼 기본적인 대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산업 발전 배경에는 국가의 체계적인 구조 아래 '하면 된다'는 의식이 저변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혁명에 비견될 4차 산업을 대할 때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합니다.

배두환> 4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즉 고부가가치의 서비스 산업이 핵심이 되는 현실에서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사람과 혁신적인 기업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나라 전체의 시스템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합니다.

배두환> 세계의 물류/운송 산업의 역사를 보면 선박, 기차, 자동차, 항공 분야로 진화하였다고 합니다. 운송 시스템은 선박, 기차, 자동차, 항공 등을 기반으로 시대가 넘어가면서 변했고, 그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물류 기업은 대부분 도태하였다고 합니다. 새로운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말입니다.

배두환> 처음에도 지적했지만, 4차 산업으로 넘어갈 때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업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분들, 정부 정책을 만드는 분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분명한 판단이 현시점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진욱> 2013년에 "국방SW 전담조직이 무산된 것이 아쉽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배두환> 미국이 스텔스 기술을 한국에 제공하지 않듯이,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 또한 공개하지 않습니다. 나라 전체의 안보 역량에서 국방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국방 소프트웨어를 총괄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백진욱> 2015년에는 공공SW사업 정책토론회에서 '분할발주 도입'을 강조하셨습니다.

배두환> 큰 문제점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입니다. 개발비, 유지보수비 등 소프트웨어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배두환>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려면, 수익도 키워야 하지만 공정하게 배분 될 수 있는 구조 또한 필요합니다. 정부도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미흡하다는 생각입니다.

* 정부는 결실을 직접 거두려 하지 말고 토양을 준비하라.

백진욱> 교수님 말씀에서 혁신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문화가 성공을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진욱> 정부의 역할을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관심사인 빅데이터, 핀테크, 인공지능 등 컴퓨터 기반 금융 이슈 관련 기사를 평소 스크랩하는데, 해킹 문제 때 보안인력 양성, 알파고 때 인공지능연구소 설립 등 일부의 사례는 단기적이지 않나 하는 우려를 합니다.

백진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정책에 반영되어 수립된다는 믿음을 주었으면 하는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배두환> 정부가 어떤 정해진 수의 사과를 따고 싶다고 합시다. 사과의 비유는 어떤 산업일 수도, 그 산업의 인력이 될 수도 있겠지요. 사과를 수확하려면 우선 사과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사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밭을 찾아야 하고, 온도와 기후 변화도 예측해야 하고, 강수량도 고려하고, 좋은 묘목도 구해야 합니다.

배두환> 정부가 어디 가면 사과나무를 찾을 수 있을까, 또는 연말까지 사과 10상자가 필요한데 10상자를 수확할 수 있는 곳은 어딘가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일을 정부가 굳이 하지 않아도, 사과 농사짓는 사람은 가을이 되면 수확을 해서 시장에 내다 팔 겁니다.

배두환> 정부가 나서서 사과나무를 찾았느냐, 찾지 못했느냐 하는 게임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배두환> 어떤 사람이 자신의 밭에 무엇을 심을까 고민할 수 있는데, 묘목을 공짜로 줄 테니 사과나무를 심으라고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땅 주인은 사과나무를 심지 않아도, 살구나무를 심을 수 있고, 복숭아를 심을 수도 있고, 뭔가 열매를 만들려고 고민할 것입니다.

배두환> 정부는 당장 사과 10상자를 올해 말까지 수확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5-10년 후에 사과 10상자를 수확하려면 사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 정부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부분을 깊게 생각을 못 했던 것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들긴 합니다.

백진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보다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위기감이 더 큽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가지고 온 현실이라고 보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한국고용정보원은 2025년이 되면 국내 취업자의 61.3%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 (조선일보, 2017.01.04.)

<다음에 계속>

※ 본 연재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분야별 주제로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을 바랍니다.

백진욱, 안산대 금융정보과 교수, finance4@naver.com

백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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