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험론을 완성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철학적 회의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쉽고 삶과 직결되는 예들을 통해 강조한다. 이 책은 심리학과 칸트에게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영어로 된 철학 저술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이 출간한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탐구≫는 데이비드 흄의 첫 번째 저작 ≪인간 본성론≫의 제1권을 새롭게 쓴 책이다. ≪인간 본성론≫은 총 세 권으로, 제1권은 ‘인간의 이해력’, 제2권은 ‘감성’, 제3권은 ‘도덕’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다음 해 집필한 ≪도덕과 정치 소논문≫이 관심을 끌게 되면서 이 저서의 성공에 자극받아 ≪인간 본성론≫을 좀 더 읽기 쉽도록 새로운 형태로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이다.

1748년 ≪인간 본성론≫의 제1권이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철학적 소논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고, 1751년 재판이 나왔는데, 그는 이 책에 현재와 같은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탐구≫라는 제목을 붙였다.

흄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지식은 경험으로부터 유래하며, 경험은 다시 인상들이나 관념들로부터 생긴다. 인상들에는 지금 보고, 듣고, 맛보는 것처럼 직접적이고 생생한 감각적 느낌의 인상과 정서나 감정 등 내적 지각 상태의 인상이 있다. 관념이란 간접적이고 생생함이 약해진 인상의 복사물로, 상상력의 산물이다.

여러 관념들은 세 가지의 관념 연합의 법칙 또는 연상 법칙에 의해 섞이고 복잡해지며 확장되는데, 이 세 가지 법칙은 유사성의 법칙, 근접성의 법칙, 그리고 원인과 결과의 법칙이다. 연상 법칙이란 객관적 실재 세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느낌에 의존한 법칙이다. 흄은 인간의 앎 전부를 인상들과 관념들, 그리고 연상 법칙에 의한 관념들의 연합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의 이런 관점에 따라서 볼 때, 진리는 주관적인 것, 심리적인 것이 된다.

흄은 이 책에서 종교 문제와 직접 연관되어 있는 제10~11장을 제외하면, 철학적 회의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한다. 철학적 회의론만이 인간에게 인간의 이해력의 한계를 인식하도록 해 주고, 그 한계 내에서 자만하지 않고 늘 겸손하게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학문을 탐구할 수 있게 해 주며, 독단과 불합리성으로 가득 찬 논증들, 그리고 쓸데없는 고집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관념적이고 난해한 철학에서 탈피해 쉬운 철학, 상식이 통하는 철학을 추구했으며 일상생활과 밀접한 예들을 구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 방식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의 논의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은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은 에든버러의 스코틀랜드계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흄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고 교육받았다. 법률가 가정 출신에 교육열이 높았던 흄의 어머니는 흄이 법률가가 되기를 바랐으나, 그는 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25세에 대작 ≪인간 본성론(A Treatise of Human Nature)≫을 완성했다.

흄은 고위층과 더불어 생활할 기회가 많았고, 프랑스의 루소나 백과전서파 사람들과 교제하기도 했다. 5년간 장군의 비서로 일한 적도 있고, 프랑스에서 대리대사를 지내기도 했으며, 1767년부터 2년 동안 영국의 차관으로 지내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 친구들에게는 ‘사람 좋은 데이비드(le bon David)’로, 영국인들에게는 ‘성자 데이비드(Saint David)’로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애덤 스미스와는 절친한 사이였다. 흄은 역사와 도덕, 정치, 그리고 경제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고, ≪영국사(History of Great Britain)≫는 대단한 명성과 부를 그에게 안겨 주기도 했다.

공직 생활을 마치고 에든버러로 돌아와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머물렀다. 흄의 대표 저서 중의 하나인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Dialogues concerning Natural Religion)≫는 1750년경부터 죽을 때까지 수정을 거듭하며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779년 그의 조카에 의해 유고집으로 출판되었다.

장영신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