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마이어백화점 등 VR(가상현실)에 관심을 쏟는 유통산업계

최근 유통산업계에서도 IT와 모바일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여름에 ‘더현대닷컴(현대백화점 온라인몰)’에 국내 최초로 ‘VR스토어’를 오픈했다.

VR스토어란 말 그대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 기반을 둔 매장을 의미한다. 온라인 매장에 VR기술을 적용하여 백화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온라인 혹은 모바일상에서 실제 매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쇼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최근 우리 유통기업들 역시 IT산업과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개척을 모색하고 있는데, 현대백화점의 VR스토어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실제 매장을 촬영해서 고객들에게 생생한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기존 온라인몰에서는 옷이나 신발을 살 때 몇몇 사진이나 글로 쓰인 설명을 보고 구매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VR스토어는 현대백화점의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진열한 상품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을 해줌으로써 실제와 거의 비슷한 쇼핑경험을 제공한다.

▲ 현대백화점 판교점 나이키 VR스토어 ©더현대닷컴
실제로 더현대닷컴 VR스토어에 들어가 보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나이키, 아디다스, 몽블랑, 캐나다 구스 등 다양한 매장을 손쉽게 체험해볼 수 있다. 판교점 외에도 신촌점, 중동점도 업데이트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추후에는 상품설명과 함께 해당 아이템과 잘 어울리는 다른 제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VR추천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고, 그 후에는 백화점을 통째로 옮겨놓는 ‘VR백화점’도 구상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VR백화점이 쇼핑의 새로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호주의 마이어(Myer) 백화점이 미국의 이베이(eBay)와 협업해서 세계 최초의 ‘VR 백화점’을 구현한 바 있다. 백화점에서 파는 상품을 3D로 재현해서 고객들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 VR고글 ©pixabay
알리바바의 ‘바이 플러스(Buy+)’, 이케아의 ‘VR 애플리케이션’ 등의 사례에서도 VR투자에 대한 세계 유수 기업들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청사진은 거창한데 아직은 물론 몇몇 한계점을 노정하고 있다. 일단 VR기술의 완성도가 좀 더 보완되어야 한다. VR고글을 오래 쓰면 어지럽다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또한 VR기기의 대중화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투자 스타일이 신중형이었던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최근 공격적인 신세계의 확장전략에 긴장을 느낄 법도 한데, VR스토어와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 통합을 찬찬히 준비해오고 있는 저력은 특기할 만하다. 현대백화점의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이런 시도는 유통산업계에 많은 자극을 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VR스토어 오픈을 보고 현재 국내 백화점 업계 1위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 AK플라자 등 동(同)업계 및 다른 경쟁 유통채널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과연 VR백화점이 쇼핑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현재의 국내 기업간 경쟁구도는 크게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세계 곳곳의 VR백화점들과 피 말리는 경쟁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VR고글을 쓰고 세계 곳곳의 백화점을 누빌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석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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