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가 벌써 연말인지라 이번 만남의 주제는 올 한해 웹 방화벽 시장의 트렌드와 그 속에서 얻은 트리니티소프트의 성과를 정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김진수 사장(사진)에게 유선으로 알린 것은 이번 인터뷰 바로 전 주였다.

급하게 잡힌 고객과의 미팅일정을 의식한 때문인지, 김 사장은 통화로 약속한 인터뷰 주제를 잊지 않고 먼저 말을 꺼내 그 질의 내용을 하나하나 풀어내기 시작했다.

“올해 트리니티소프트가 수행한 가장 주목할만한 사업은 광주정부통합전산센터에서 진행했던 웹방화벽 이중화 사업이었어요.” 첫 마디가 이렇고 보면, 그는 올해 그의 회사가 이룬 사업의 성과를 먼저 강조할 참이었다.

성과를 적는 인터뷰는 시장 트렌드를 설명하고 그 속에서 해당 업체가 어떤 내용의 성과를 내었는지를 말하는 순서로 대개 진행되지만, 일반적인 순서를 거꾸로 바꾸어 설명하는 그네도 성과를 먼저 꺼내 강조하면서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 복안이 있었으니, 자사의 성과를 말하면서 필요한 때마다 시장의 흐름을 읽어줄 심산이었다.

김 사장이 이중화 사업의 성과를 먼저 소개한 것은, 올해 웹 방화벽 시장에서 이 이중화 사업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공공기관이나 엔터프라이즈는 부족하나마, 웹방화벽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아진 상황이어서, 지금은 이들에게 기존에 구축한 웹방화벽에 추가 물량을 공급해 웹방화벽을 이중화하는 작업이 시장의 큰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5년 전에 사업을 개시한 이후에, 트리니티소프트는 시장을 선도하는 의미를 갖는 프로젝트를 상당수 수행했어요. 광주통합전산센터의 웹방화벽 이중화 사업도 그런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트리니티소프트는 지난 2007년 광주센터에 공급한 웹 방화벽에, 올해 추가로 물량을 공급하면서 광주정부통합센터의 웹방화벽을 이중화시켜 놓았다. 이 이중화 사업을 누가 수주하느냐 의문은 올해 웹 보안 업계에 최고 이슈 중 하나이기도 했다. 김 사장이 사업 수행의 의미에 부연을 했다.

 “앞으로 웹방화벽 시장을 이끌 핵심 트렌드는 이중화가 될 것이며, 올해 이중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전산센터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사실은 트리니티소프트에게 고객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시장이 제공해 준 셈이에요.”

이런 얘기를 하는 김 사장의 목소리는 활기에 넘쳤고, 마치 판소리 판에서 소리꾼의 노래에 고수가 북채로 추임새를 넣듯, 그 또한 대화 도중 사업의 의미를 강조하는데 틈틈이 자신의 두 손을 동원해 추임새를 넣었다.

하나의 월(문장)이 끝남과 동시에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고, 얘기가 길어질라치면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곧게 편 손을 허공에 대고 상하로 짧게 가로질러 말의 단락을 적절한 때 구분짓는가 하면, 가끔씩 마주잡은 양손엔 결기를 담은 힘을 싣기도 했다. 사업을 따낸 자신감을 표현한 손 동작을 흥미롭다며 관찰하는 그 사이 김 사장의 말 몇 마디를 허공에 놓치고 말았다.

손에 쏠렸던 시야를 정리해 김 사장의 눈에 집중한 다음, 좀더 기술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이끌기로 맘 먹은 것은, 김 사장 또한 질의에 할 말을 다 한 듯 얘기가 중단되어, 둘 사이에 정적이 잠시 흐르던 때였다.

올해 시장에 나온 웹방화벽 이중화 사업 중에선 규모가 가장 컸던 광주센터 이중화사업은, 구현을 위한 기술적 완성도 또한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 내용을 반드시 물어서 이 바닥에서 10년 간 먹은 밥이 공밥이 아니었음을 김 사장에게 알려야 했다.

설명을 듣고 이를 이해하면 더없이 좋고, 아니면 말하는 데로 적어 독자들에게 알릴 참이었다. 다만 업체 대표와의 인터뷰는 화제를 대개 성과중심으로 설정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인터뷰 경험의 소산이다. 설령 그가 엔지니어 출신이더라도 회사의 대표는 성과를 얘기하는 사람이지 기술을 따지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술을 팔아먹고 있는 회사에 기술을 묻는 것이 아주 예의에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대표에겐 따분한 일이 될 공산이 높다고봐야 한다.

“통합센터의 이중화된 웹 방화벽 시스템은 하나의 웹방화벽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준비해 놓은 다른 웹 방화벽이 해당 업무를 고스란히 이어 받아, 문제가 발생한 웹방화벽과 똑같은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게 해줍니다.” 사업의 기술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김 사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 사업을 완료한 광주센터는 장애에 매우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며 이상적인 이중화 시스템을 갖추게 됐어요.”

회사의 성과를 얘기하는 김 사장은 스스로의 성과를 활기차게 자랑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 얻은 성과를 누구에게 자랑하는 것을 마냥 부끄러워하는 나머지,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성과를 편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겸손’이라는, 인류가 만들어낸 도덕률이 개인에게 정신적 억압기제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사람들이 자랑을 일삼는 것을 본성으로 가졌다고 가정할 때, 그리고 본성은 그 욕구를 잘 풀어주어야 개인의 삶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볼 때, 잘난 사람이 스스로가 잘난 것을 잘났다고 얘기하고, 듣는 사람은 이런 얘기를 열린 맘을 갖고 인정하는 것은, 서로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바람직한 태도라고 봐야한다.

나아가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의 관계를 즐거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지혜로운 대화법이기도 하다. 그렇게 김 사장은 회사가 올해 이룬 성과를 자랑하고 기자는 그것을 듣고 즐거워하는 사이, 인터뷰는 바야흐로 중반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계속/

<데일리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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