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大麻). 순 우리말은 ‘삼베’다.

일반적으로 ‘대마초(大麻草)’를 연상하기 쉽지만 대마는 여러 가지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작물이다. 대마의 종자는 기름을 짜서 식용으로, 한방에서는 약재로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약류 ‘대마초’는 대마의 잎에서 나오는 것이다.

대마는 예로부터 한복감으로 쓰였으며 현재는 여름철 중의적삼, 침대시트, 이불, 요로 쓰이며 특히 수의(壽衣)로 가장 많이 이용된다.

대마가 수의 재료로 애용되는 건 이유가 있다. 바로 강력한 ‘항균작용(抗菌作用)’ 때문이다. 대마는 잡균의 서식이나 곰팡이의 번짐을 억제한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조상님의 시신을 삼베 수의로 감싸드려야 유골이 황골이 된다”고 말해왔다. 이집트 미이라를 감았던 천도 대마(또는 아마)였다. 수분 흡수력과 통기성이 다른 섬유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그런데 대마는 섬유의 특성상 흡착력이 없어 기계로 옷감을 짜기 어려웠다. 그래서 손으로 직접 짜야했다. 그러다보니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 삼베옷은 수의로서 최고의 값어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보성삼베섬유(주)(대표 유대근)는 중국 현지에서 삼베농사를 위탁 재배해 생산한 원사를 전량 수입해 대구 성서공단에서 삼베를 직조 가공한 후 하남시 초이동 소재 공장에서 수의를 완성시켜 국내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최근 국내 수의시장이 빠르게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 보성삼베섬유는 100% 삼베 수의 시장, 햄프렉스 천연삼베 원단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보성삼베섬유 유대근 대표는 100% 삼베 수의 생산 업체를 이끌며 이 분야에서 30년 넘게 종사해 왔다. 한마디로 ‘삼베 장인(匠人)’인 셈이다.

보성삼베섬유의 공장에서는 수십대의 기계가 밤낮으로 돌아가며 최고급 원단을 짜낸다. 이 원단은 국내로 들여오거나 중국에서 직접 직조하여 해외로 수출되기도 한다.

보성삼베섬유는 삼베 수의뿐만 아니라 '보성 햄프렉스’라는 상호로 삼베와 편백을 가미한 패드, 매트, 이불, 베개 등 다양한 침구류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햄프렉스 원단은 최적의 섬유 조성 연구를 통해 질기고 거친 마섬유의 단점을 보완해 의복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천연원단이다.

이 회사의 제품은 품질면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일부에서 오해도 받았다고 한다. 바로 중국에서 대마를 위탁으로 재배하는 것 때문이었다.

한국 수의시장에서 “중국에서 대마 농사를 짓기가 어렵고 만약 지을 경우 강한 처벌을 받는다”는 소문이 일부 돌았다. 보성삼베섬유가 중국현지에서 대마 농사를 짓는 것을 믿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이 확인되지도 않은 주장을 퍼뜨린 것이다. 대마 씨를 말려 피우면 ‘대마초’가 된다는 것에서 시작된 풍문이었다.

물론 중국은 지구상에서 마약 관리를 가장 엄격하게 하는 나라 중 하나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마약 밀매를 하다 처벌받는다. 심지어 사형도 당한다. 대마 농사가 대마초 연관될 경우 중국 공안으로부터 엄한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보성삼베섬유의 농사는 대마초와는 관련이 없다. 보성삼베섬유는 대마 농사를 지어 삼베 섬유를 다량 수확하고 가공까지 한다. 돈을 벌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국 정부에 세금도 낸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대마 농사를 하고 있어 중국 정부가 오히려 권장하고 있다. 혹시나 발생할 대마초 제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중국 대마 수확 현장에는 '악명 높은' 중국 공안들이 출동해 눈에 불을 켜고 현장을 감독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마초를 제조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중국은 지구상에서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땅덩어리가 큰 나라다. 보성삼베섬유 중국 농장은 헤이룽장 성에 위치한 하얼빈에서 차로 9시간 가까이 달려야 도착한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대마농장은 중국 평수로 70여만 평, 한국 평수로 21만 평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넓이다. 한국의 군(郡) 단위 면적이다.

대마 밭 직선길이만 평균 1.2km에 달하고 최대 2km에 달하는 밭도 있다. 한국에서는 단일면적으로 재배가 불가능한 규모의 농사가 중국에서 이뤄지다 보니 일부 경쟁업체로부터 무지에 기인한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보상삼베섬유의 대마농사는 중국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사가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원하는 중국 인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현지 방송에서도 보성삼베섬유의 대마농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국내에서 대마 농사와 섬유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하는 업체는 보성삼베섬유 외에는 없다. 정성들여 생산한 제품이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받는 것은 모든 기업가들의 꿈이다. 유대근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30년 ‘삼베 장인’ 정신을 이어왔고, 2015 대한민국 문화관광 산업대상의 생활문화 전통문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보성삼베섬유는 사회공헌 활동도 널리 펼치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한 ‘사랑의 수의’ 기증행사를 통해 수십~수백 벌의 수의를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 전달해 왔다. 처음에는 서울 지역에서 시작했다가 부산 지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금액으로 따지면 수십억 원에 달한다.

유 회장은 “기업은 벌어들인 돈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어르신들께 수의를 전달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중국 동부해안 산둥성에 위치한 칭다오(靑島) 위성 도시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으로 원단을 들여와 가공해서 수의를 만드니 여러 가지로 물류비용과 인건비가 많이 들어 아예 원단을 청도에서 가공하려는 것이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과 한국을 바쁘게 오가는 유 회장은 매년 중국 현지를 최소한 30여 차례 방문한다.

유 회장은 올해 대마 파종시기를 4월 25일에서 5월5일 사이로 보고 있다. 그 사이 중국에 넘어가 대마 파종 현장을 방문한다. 그는 “정직하게 농사지어 최고급 수의와 햄프렉스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서 “수의제품을 대량생산 해 제품의 질은 유지하면서 가격을 대폭 내리겠다”고 말했다.
 

홍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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