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인터뷰: 유은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대담: 백진욱 안산대 금융정보과 교수

[유은혜 국회의원 프로필]
19대, 20대 국회의원 (경기 고양시병/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전)

<인터뷰>

* 여성과 정치

백진욱> 의원님의 소개를 키워드 중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유은혜> 힘이 되는 사람, 진심과 소통, 공감과 협력, 희망과 행복, 그리고 소신과 비전을 평소 중하게 생각합니다.

백진욱> 여성의 사회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치 또한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과 정치에 대해 평소 느낀 바는?

유은혜>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은 많은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 스스로 장벽을 넘고,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 하는 길입니다. 특히 남성들의 영역이라 불리던 정치의 영역에서 여성 정치인이 겪어야 할 성장통은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끌어올리기 위해 여성할당제, 정당보조금 지원 등 많은 제도적 노력을 기울인 덕에 16대 국회에서 5.9%에 불과했던 여성 국회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17%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보다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고,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성별격차지수가 전 세계 144국 가운데 116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국제성평등지수를 통해 본 성 불평등 실태 및 시사점'에 따르면, 성별격차지수가 144개국 중 116위를 기록했다. 또한 국제의원연맹(IPU) 통계에 따르면, 제20대 여성 국회의원비율은 17%, 회원국 193개국 가운데 112위다. (세계일보, 2017.02.20., 한겨레21, 2017.01.31.)

유은혜> 앞으로도 여성의 정치참여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방안을 함께 고민해, 여성의 목소리가 정치와 사회 곳곳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과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하며 광화문을 가득 채운 100만 촛불 속에는 10대 청소년과 2030 청년세대의 참여가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새로운 변화와 꿈을 가진 젊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특히 어려서부터 키워지는 정치의식은 민주주의 토대를 튼튼하게 합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청년들의 건강하고 유연한 아이디어들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완화하고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이끌어 내는, 진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랍니다.

* 4차 산업혁명(1) - 민간과 공공의 역할 등

백진욱>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입니다. 앞으로 민생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으로 설명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사람들은 기대보다 위기감이 더 큽니다. 결국, 일자리에 대한 걱정이죠. 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국회에서는 어떤 준비를?

유은혜> 요즘 포켓몬Go라는 어플이 화제입니다. 국회에서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포켓몬을 잡느라 이리저리 핸드폰을 들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요.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를 결합해놓은 '증강현실'이라는 기술 적용의 한 사례이지요. 인공지능, 빅데이터, 3D프린팅, 증강현실 등 융합 핵심 기술과 함께, 앞으로 거의 모든 현실 세계의 사물들이 지능을 갖춘 사물인터넷(IoT)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산업시대가 열린다고 합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노동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규모 실업에 의한 대공황의 시작'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일자리 감소는 고학력‧저학력, 정신노동‧육체노동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는 트럭기사·택시기사님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점원 없는 슈퍼마켓은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변호사, 금융 애널리스트와 같은 전문영역의 업무도 컴퓨터가 맡게 될 것입니다.

실업 문제는 개인과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급격한 실업의 증가에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합니다. 사라지는 직업을 대체할 새로운 직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합니다.

급격한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시민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노력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사람도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재기할 수 있도록 더 촘촘한 복지망과 재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국회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가지고 올 사회변화를 주시하고, 입법과 예산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백진욱> 남미형 경제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경고는 한국의 성장동력이 꺼져가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준비를 위해 사회 전반에 걸쳐서 많은 변화가 필요한데, 교육은?

※ 지난 10월 KDI 산업서비스포럼에서 한국이 남미형 경제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수준은 최하위권인 25위였다. (동아일보, 2016.10.27.)

유은혜> 20세기 초, 남아메리카는 농업·광업 같은 1차 산업의 부흥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의 폭발적인 성장기에 북미와 아시아를 따라잡지 못해 경제난의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반면 북유럽의 작은 나라인 에스토니아는 소련으로부터 갓 독립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보기술(IT)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강소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남미와 에스토니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산업변화 추세를 정확히 읽고, 대응하는 일은 향후 수십 년간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결정적일 것입니다. 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의 핵심은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충격적인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서울대에서도 A학점을 놓치지 않은 우수한 학생들을 인터뷰한 내용인데, 그 학생들은 하나같이 '교수님 말씀을 달달 외운다', '강의를 전부 받아 적는다', '교수님 강의에 의문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형 인재', '창의적 인재'를 원하고 있는데, 우리 교육현장은 여전히 '암기와 시험'이라는 과거형 틀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이 시급합니다. 단일전공의 틀을 깨고 융합전공으로,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성찰과 토론, 그리고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창의적 교육이 해답일 것입니다.

백진욱> 4차 산업혁명에서의 민간과 공공의 역할, 특히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정리한다면?

유은혜> 지금까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안이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창의적 아이디어를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한 '창조경제'를 들고 나왔지만, 창조경제 추진주체들조차 창조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대기업들이 실력 있는 중소기업을 침탈하는 동안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습니다. 진흥정책, 규제정책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었습니다.

차기 정부는 달라야 합니다. 정부 일방의 산업정책을 탈피한 4차 산업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민간이 뛰어들기는 어렵지만, 누군가는 꼭 개척해야 하는 시장에 정부가 선도적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대기업의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중소기업과 실력 있는 스타트업의 활로를 우선은 열어주어야 합니다. 사회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세력을 과감히 퇴출할 수 있는 결단력도 필요합니다.

국회는 차기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법률정비와 예산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조언과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다음에 계속>

백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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