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건을 사기 위해 자주 들르는 마켓. 입구를 들어서면 상품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가격표가 진열되어 있다. 촘촘한 글씨로 제품명, 가격, 용량 등이 적혀 있다.

세일을 할 때에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기존가격과 할인된 가격을 눈에 확 들어오게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씨의 크기를 키우고, 색깔을 입힌다.

신선식품의 경우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매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른바 ‘떨이 상품’ 역시 가격변화가 잦다. 가격표는 이렇게 수시로 변경되는 내용을 정확하게 담아내야 한다.

헌데 이 작업에 생각보다 손이 많이 들어간다. 새로운 내용을 작성하고 인쇄를 한 후에 직접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영업시간 중에 가격표를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오픈 전이나 영업시간 종료 후에 교체 작업을 진행하곤 한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가격을 액면 그대로 신뢰하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보고, 바로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가격을 검색한다. 온라인이 조금이라도 저렴하면, 그 자리에서 물건을 내려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해소해줄 수 있는 것이 ‘전자가격표시기(ESL: Electronic Shelf Label)’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수퍼마켓 도곡렉슬점은 ESL을 도입했다. GS리테일은 LG이노텍, LG CNS와 손잡고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전자프라이스카드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LG이노텍은 ESL 하드웨어를 제작했고, LG CNS는 전체적인 시스템 구축 등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역할을 수행했다.

▲ 전자가격표시기(ESL) ©LG이노텍 홈페이지

기존 종이 가격표가 아닌 3색(검정, 흰색, 빨강)의 전자가격표시기는 업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슈퍼마켓에서 보통 종이 가격표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면 6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물론 세일 기간에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 GS수퍼마켓 도곡렉슬점의 ESL ©석혜탁

게다가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 왕왕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단순히 라벨을 바꾸는 작업 외에도 오류를 시정하고, 결품을 체크하는 데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전산작업까지도 병행한다.

하지만 ESL은 한번에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어 작업시간을 혁명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자연히 인건비와 인쇄비용도 절감된다. ESL 단말은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전자잉크 또한 상품정보가 변경될 때만 움직이므로 배터리 소모도 적다.

소수의 직원이 한정된 시간 내에 수 백, 수 천 개의 가격표를 직접 교체하다 보면 삐뚤삐뚤해질 수 있는데, ESL을 도입함에 따라 외관상 더 깔끔해지는 이점도 있다.

전자 시스템이니 가격표기 오류가 나올 가능성도 거의 없다. 또한 서버를 통해 무선으로 가격, 세일기간 등 제품정보를 제어하는 형태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 불일치 현상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으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 수립도 가능하다.

중국의 허마셴셩(盒马鲜生) 매장에서도 전자 가격표를 사용하고 있다. 주로 식품류를 다루고 있는 매장이라서 가격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한 데이터 수정으로 모바일 앱과 오프라인 매장 상품의 가격을 동시에 변경하고 있다.

▲ 허마셴셩(盒马鲜生) 매장의 전자 가격표 ©联商网

ESL의 기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SL이 슈퍼마켓뿐 아니라 대형 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보다 큰 규모의 오프라인 유통매장에도 도입될 수 있을까?

기술적 완성도 제고, 다양한 기능의 개발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객 편의’에 방점을 찍고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ESL의 성공 열쇠가 될 것이다.

 

석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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