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은 지도 10여 년이 지난 지금껏 물에 관한 연구는 거의 전인미답 상태다. 그렇지만 물은 도처에 있다. 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스스로 질문해 보자. 물은 어디에서 왔는가?

지식을만드는지식이 펴낸 이 책은 생물학에서 물이 차지하는 역할에 관한 책이다. 세포 안의 70%를 물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마 무게 비율일 것이다. 정통 생물학은 물을 언급하지 않는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물의 물리화학적 성질 몇 가지를 말한다.

물을 피하기 위해 이중 지질막이 생겨난 것이라고 기술하는 것이 굳이 생물학과 관련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물과 접하고 있는 쪽으로 친수성 있는 부분이 배치되다 보니 지금과 같은 세포막 구조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 두자. 세포 안은 어떤가?

세포 안에 존재하는 70%의 물은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그것이 세포의 기능에 어떤 식의 기여를 하는 것일까? 암세포에서 물의 행동 방식은 달라져 있을까? 이런 식의 질문은 끝이 없지만 사실 답을 기대하고서 하는 물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생물학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폴락의 질문은 평이하다. 왜 젖은 모래에는 발이 빠지지 않을까? 운동장의 장축보다 더 높이 자라는 아메리카 삼나무 꼭대기까지 물은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 혹시 우리 세포는 겔과 같은 것이 아닐까? 물은 단백질에 붙들려 있어서 흘러가는 강물과 다른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폴락은 물의 입장에서 세포막에 박혀 있는 채널과 펌프의 기능을 새롭게 해석한다. 세포를 푸딩 같은 겔처럼 생각하면 세포 내용물의 분비 혹은 운반과 같은 기본적인 세포 과정은 어떻게 해석될까? 또 세포 분열과 근육의 운동은 어떤가? 폴락은 이때 상전이(Phase Transition)라는 개념을 동원한다. 겔 속의 물이 단백질 구조 변화에 발맞춰 들락날락하면서 복잡한 생물학적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지은이 제럴드 폴락(Gerald H. Pollack)은 근육의 수축과 운동에 관한 연구 분야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학자다. 1968년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 생물공학과 교수다.

그의 관심사는 매우 다양해서 심장동력학과 근육 수축에 관한 전기생리학뿐만 아니라 세포생물학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연구를 계속해 왔다. 또 10여 년 동안 근육 수축의 분자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국제 그룹을 이끌었다. 그런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여러 상을 수상했다.

쿨카(Kulka) 상, JSEM(Journal
of Structural Engineering and Mechanics) 우수논문상, 생체공학 펠로십 등이 그것이다. 많은 국제 학회를 주관했으며 여러 논문의 편집자로 일해 왔다. 지금까지 아홉 권의 책을 썼다. 1990년에 저술한 그의 책 ≪근육을 움직이는 분자들: 생명체가 움직인다는 것은 무엇인가≫는 미국 기술자협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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