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균에 대한 주역점

    이순신은 아들과 조카들의 전송을 받으며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기까지 백의종군의 여정에 오른 것이다. 익산 관노의 집과 남원 이희경의 종집에서 유숙했다. 그후 이순신은 도원수 권율이 순천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순천 송원으로 갔다. 권율은 군관 권승경을 보내어, “상중에 몸이 피곤할 것이니, 기운이 회복 되는대로 나오라”고 하였다. 상중인 것을 알고 배려한 것이다. 인근의 관리들이 이순신에게 오가며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었다.

   얼마 후 남원의 종 끝돌이가 이순신에게 아산집 어머니의 영연(靈筵)이 평안하시다고 전해주었다. 5월 4일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신이라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앉은 채로 눈물을 흘렸다. 백의종군 기간 중에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만 갔다. 단오날에는 이순신은 어머니의 장례도 못 모시고 곡하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원균에 대한 안좋은 소문들도 계속 들려왔다. 그의 패악함으로 인해 장졸들이 이탈하여 형세가 위태롭다고 했다. 권율의 명령으로 원균도 조문편지를 보내왔다. 이경신이 와서 원균의 비행을 전했다. 이순신은 “원균이 온갖 계략을 꾸며 나를 모함하려 하니 이 또한 운수이다.”라며 숙명으로 돌렸다. 5월 12일 신흥수가 와서 원균에 대한 주역 점을 쳤는데, 크게 흉한 괘가 나왔다.

    “첫 괘인 수뢰둔(水雷屯, ䷂)이 변하여 천풍구(天風姤, ䷫)가 되니, 용(用)이 체(體)를 극(克)하는 것이라 크게 흉하였다.”

    수뢰둔괘는 앞길이 험난하여 나아가기 어려움을 상징한다. 천풍구괘는 강한 양기로 인해 음기가 강해짐을 의미한다. 여기에 이순신은 소강절의 “용이 체를 극하면 흉하다”는 이론을 적용하여 풀이했다. 이 해석은 필자가 《주역》에 대한 오랜 연구 끝에 처음으로 알아냈다. 이를 적용하면 천풍구괘의 구오九五가 포함된 건괘☰가 용이 되고, 손괘☴가 체가 된다. 건괘는 금(金)이고 손괘는 목(木)이니 용이 체를 극한 것이 되어[用剋體] 흉하다고 본 것이다. 이 주역점괘는 결국 원균의 패망을 예견한 것이다.
 

                        글 : 노승석 이순신 전문연구가(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노승석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