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시장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갑자기 웬 뜬금없는 레몬 이야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사실 개인적으로 레몬보다는 귤, 사과, 바나나를 훨씬 더 좋아한다. 특히 귤은 손이 노래질 때까지 먹곤 한다.

레몬은 참 예쁘게 생긴 과일 중 하나이다. 향도 좋다. 레몬의 시각적, 후각적 매력에 흠뻑 취해 이 탐스러운 과일을 앙~하고 깨물었을 때 느끼게 되는 충격적인 배신감(?). 너무 신맛 때문에 오만상으로 변하는 나의 몰골과 노란색 병아리마냥 통통하게 생긴 예쁜 레몬과의 강렬한 콘트라스트!

영어사전에서 레몬(lemon)의 뜻을 찾아보면, 우리가 잘 아는 과일의 한 종류로서의 뜻 외에도 ‘something that is useless’라는 뜻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쓸모없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 ▲ 레몬 ©pixabay
경제학에서 레몬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역선택’의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운위되곤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인 중고차 시장 이야기를 해보자.

중고차를 판매하려는 사람과 구매하려는 사람 사이에는 엄연한 정보의 격차가 존재한다. 구매자는 차량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비싼 값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차량 구매에 대한 긍정적 확신이 쉬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판매자 역시 구매자가 제시하는 낮은 가격에는 차를 팔려고 하지 않을 터. 그러다 보니 중고차 시장에는 품질과 상태가 불량한 차량(레몬=‘쓸모없는 것’)만 남게 되는 것이다.

레몬시장(Market for Lemons) 이론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 UC 버클리대학 교수에 의해 정리됐다. 애커로프가 1970년에 쓴 논문에서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똥차시장 이론’인 것이다.

▲ ▲ 중고차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역선택’은 늘 화두가 된다 ©pixabay
레몬시장 이론은 우리 일상 속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조금 가슴 아픈 얘기일 수 있으나, 소개팅에서 성공확률이 낮은 것 또한 우선 정보의 비대칭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괜찮은 여자나 남자는 이미 알콩달콩 연애 중이라 소개팅 마켓에는 ‘레몬’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가슴 찢어지는 분석도 가능할 듯하다. 여기서 말하는 레몬은 당연히 상큼한 과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터. 오호통재(嗚呼痛哉)라.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일어나는 역선택 또한 레몬시장과 맥이 닿아 있지 않을까? 중고차 판매자(정치인)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어 구매자(유권자)가 ‘똥차’를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상품소비에서의 역선택에 비해 선거에서 역선택을 한 후과(後果)가 훨씬 더 엄중하다는 점.

▲ ▲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 UC 버클리대학 교수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조금 다른 얘기를 하자면, 애커로프는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남편이다. 그녀 역시 최초의 ‘여성 경제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실력파 경제학자다.

이 부부의 아들도 영국에서 교수로 활동하는 경제학자라고 하니, 경제학자 집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지 애커로프의 레몬시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경제학에서 레몬이 회자되는 맥락은 다소 부정적이지만, 사실 레몬은 감기예방과 피로회복에 효능이 높은 과일이다.

이 글을 찬찬히 읽어주신 분들은 소개팅, 미팅, 면접 등등에서 싱그럽고 상큼한 레몬처럼 톡톡 튀는 매력을 뽐내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석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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